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나영(가명·20)씨는 작년에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옷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 20만원짜리 영국산 블라우스를 주문했는데, 군데군데 얼룩이 묻은 중고품이 온 것이다. 김씨는 구매한 사이트에 반품 요구를 했지만 사이트 측은 "해외 구매 대행은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된다"며 반품을 거절했다. 김씨는 소비자원에 신고하고 나서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었다.
서울 마포에 사는 이정훈(가명·29)씨도 유명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를 이용했다가 황당한 피해를 입었다. 작년 11월 '아베크롬비' 패딩을 18만원에 샀는데 모조품이 배달돼 온 것이다. 이씨의 항의 전화에 업체 측은 "해외에서 사온 제품인데 가짜일 리 없다"며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뒤 업체 측에 끈질기게 보상을 요구해 두 달여 만에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개인들의 해외 구매가 작년에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면서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샀다가 피해 본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 공정위는 14일 관련 피해 사례와 함께 대처 방법을 소개했다.
◇구매 대행 업체, 반품 배송료 물건값의 40% 요구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한 거래에서 대표적인 피해는 물건 하자나 변심으로 반송을 요청할 때 업체 측에서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해외 구매 대행 업체들의 반품비는 업체별로 천차만별이고 물건 값에 따라서도 들쭉날쭉하다.
최근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서 핸드폰을 주문한 A씨는 다음 날 다른 사이트에서 훨씬 싸게 파는 것을 알고 구매 취소를 요청했지만 구매 대행 사이트 측은 "이미 배송이 되었으니 반품비로 10만원을 내라"고 했다. A씨가 "한국으로 물건이 넘어오는 데 최소한 며칠은 걸리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배송이 됐다고 하느냐"고 따지자, 사이트 측은 말을 바꿔 3만4000원을 요구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구매 대행 업체들은 많게는 물건 값의 40%에 해당하는 높은 반품비를 물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창고 보관료나 인건비 등 일반 사업 비용까지 반품비에 끼워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반품할 경우 추가로 내야 하는 현지 관세와 최초 판매자에 대한 수수료 지급 등 비용 부담이 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비를 배송비에 끼워넣는 건 명백한 불법"이라며 "반품 수수료나 관세 등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면 업체 측이 소비자에게 부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문에 앞서 홈페이지에 게시된 반품 규정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이트는 처음부터 피하는 것이 좋다. 업체 측에서 해외 배송을 핑계 삼아 교환 및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매 대행은 일반 인터넷 쇼핑몰 주문처럼 물건을 배송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구매 취소를 할 수 있다.
상품 주문 이후에 판매업체와 연락이 두절되거나 사이트가 폐쇄돼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정위는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조속히 카드사에 연락해 카드 대금 지급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해당 업체가 거래가 완료된 뒤에 결제대금이 이체되는 에스크로 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별·추첨 할인' 내세운 사기 사이트 주의해야
구매 대행업이 호황을 누리다 보니 '짝퉁' 제품을 속여서 판매하는 사기 사건까지 등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작년 5월엔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를 차려놓고 '나이키·뉴발란스 등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국내보다 2만~3만원 싸게 살 수 있다'고 속여 1만7642명에게 중국산 짝퉁 제품을 판매한 일당이 부산지검 외사부에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사기 사이트를 피하기 위해선 ▲현지 구매 영수증이나 통관 신고 내역 첨부가 가능한지 ▲가품과 관련한 환불 규정이 있는지 ▲본사 소재지가 한국인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모두 해당한다면 비교적 믿을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별 판매' '추첨식 판매' 등으로 지나치게 싼 가격을 강조하는 업체일수록 피해 가능성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쇼핑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병행하는 업체 ▲고객 센터에 전화했을 때 관련 규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업체 ▲구매 후기나 댓글이 풍부한 업체 등은 좀 더 믿을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