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이 국내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잇달아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한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이달 초엔 한국 법인 대표를 선임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의 '수상한 행보'에 G마켓·옥션·인터파크·11번가 등 온라인쇼핑몰은 물론이고 롯데·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도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연간 매출 611억달러(약 64조5700억원)의 아마존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 온·오프라인 유통 전략을 새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한국 법인, 구글 지사장 영입

아마존이 작년 5월 한국 법인 '아마존 코퍼레이트 서비시즈 코리아'를 설립했다. 이달 초엔 염동훈 전(前) 구글코리아 대표를 신임 지사장으로 영입했다. 한국 법인은 현재 국내 기업에 데이터를 저장할 인터넷 가상공간을 빌려주는 '클라우드' 사업만 진행하고 유통업은 시작하지 않았다.

염 신임 지사장은 "아마존 한국 법인은 아직 임시 사무실을 쓸 정도로 진입 초기 단계"라며 "유통 진출 여부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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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국내 유통시장 진출을 타진한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9년 삼성물산과 업무 협약까지 맺었지만 실제 진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일본 진출과 겹치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일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엔 인터파크와 협의했지만 결론을 맺진 못했다. 국내 시장에 대해선 계속 관심을 가져왔던 셈이다.

유통업계에선 아마존이 당장 2~3개월 내에 한국어 쇼핑몰을 내지는 않겠지만, 올 연말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진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G마켓의 고위 관계자는 "아마존은 한국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직접 구매 소비자 노린다

아마존이 한국 유통시장을 노린다면 '해외 직구매 시장'의 급팽창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소비자가 아마존을 포함한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해외 직접 구매, 이른바 '해외 직구'는 작년에 2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관세청이 집계한 해외 직구는 980만건에 9억1100만달러(약 9600억원)에 달했다. 통상 관세청에 잡히지 않는 소액 구매까지 감안하면 실제 시장은 2배가량일 것으로 유통업계는 추산한다. 해외 직구는 최근 4년 동안 4~5배 정도 급팽창했다. 국내 온라인쇼핑 이용자의 24.3%(대한상공회의소 자료)가 해외 직구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다 아마존은 일본에서 이미 성공한 경험이 있다. 연간 75억달러(7조9000억원) 매출을 올리며 안착에 성공했다. 한국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옥션 전(前) 회장인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은 "아마존은 해외 직구 경험자라는 상당히 많은 국내 고객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이라며 "진출하면 3년 내 1조원 매출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은 1000개가 넘는 해외 직구 대행업체와 250개 이상의 배송 대행 업체엔 최악의 소식이다. 해외 직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마존의 물건 구매 대행이 한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대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아마존이라는 검증된 해외 사이트에서 한국어로 주문할 수 있어 해외 물건 구매가 더 쉬워진다. 현재의 '해외 직구 시장'의 상당 부분이 '한국 아마존' 이용으로 바뀌는 것과 동시에 '해외 직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도서를 포함해 무려 1000만 개 이상의 상품을 취급한다. 현재 20~30대 여성 중심인 해외 직구가 남성과 40~50대 주부들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아마존이 온라인쇼핑보다는 전자책(e북) 시장에 먼저 진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국내는 아직 e북 단말기·콘텐츠 등 전체적으로 e북 시장이 자리 잡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킨들파이어'와 같은 e북 전용단말기를 앞세워 미국 e북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의 자본력과 노하우가 먹힐 경우, 국내 e북 시장이 한순간에 아마존으로 쏠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