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의약품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백판지 가격을 담합한 제지 회사들에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부터 4년간 백판지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한솔제지·깨끗한나라·세하·신풍제지·한창제지 등 5개사에 모두 105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9일 밝혔다.

과징금은 한솔제지 356억원, 깨끗한나라 324억원, 세하 179억원, 신풍제지 53억원, 한창제지 143억원이 각각 부과됐다. 따로 공정위는 5개 회사 법인과 담합에 가담한 각 회사 영업 담당 임원 1명씩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백판지(white duplex board)는 과자, 의약품, 과일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고급 종이를 말하며 연간 시장 규모는 5600억원에 달한다. 적발된 5개사는 일반 백판지 시장의 90%, 고급 백판지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솔제지 등 5개사는 2007년 3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가격을 상의해 올리거나 도매상에게 물량을 넘기면서 적용하는 할인율을 사전 합의해서 축소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본부장 모임, 팀장 모임 등 직급별로 담합을 위한 모임을 따로 만들었다. 본부장 모임에서 가격 인상 폭과 할인율 축소 범위를 정하면 팀장 모임에서 이를 구체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을 위해 모인 횟수는 본부장 모임과 팀장 모임을 합쳐 모두 91차례에 달했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2000년 이후 설비 과잉으로 초과 공급 상태에 이르면서 백판지 시장에 경쟁이 격화되자 담합을 모의했다"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5개사가 생산 시간을 단축해 물량을 조절하는 것도 서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할인율을 축소할 때는 업체별 브랜드 파워까지 고려해 업체별로 차등을 두는 방법으로 시장에서 5개사의 물량이 모두 판매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의했다. 공정위는 "사정이 있어 담합 회의에 불참한 회사에 대해서는 간사 역할을 맡은 회사에서 합의 내용을 알려주고 담합에 동참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