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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 종각~명동 중국대사관~명동역~퍼시픽 호텔~서울 애니메이션센터~서울 유스호스텔~남산 북측 산책로~국립극장~북한남 삼거리~한남대교~가로수길~학동공원~리츠칼튼호텔~은광여고~말죽거리

오늘은 한양도성에서 한강을 건너 경기도 용인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중간 기착지였던 양재역 말죽거리까지 여행해 보겠습니다. 옛길을 이해하는데 1861년 발간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있는 경조오부도와 1870년 경 그려진 한양도가 도움이 됩니다. 이 지도에서 보면 한양도성에서 양재역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남대문(숭례문)에서 나와 이태원로를 따라 가다 순천향대 병원으로 가는 길을 지나 현재 한남대교 북단 인근 한강진으로 가는 길이 하나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동쪽의 광희문을 나와 버티고개를 넘어 한강진으로 가는 길입니다. 한강진에서는 배를 타고 한남대교 남단 서쪽, 현재의 잠원동 일대인 사평리에 도착한 다음 양재역으로 갔습니다.

현재 서울과 남쪽 지방을 잇는 핵심도로는 종각 옆 종로2가 사거리에서 남산1호터널을 지난 다음 한남동과 한남대교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집니다. 한남대교가 완공된 1969년 이전에는 한강진과 지금의 신사동은 배로 오가야 했습니다.

종각~조선총독부 터

명동에 새로 지은 중국대사관 전경

종각에서 말죽거리까지 가는 여행은 광교를 지나 명동입구에서 중국대사관 앞으로 가는 작은 골목길로 갑니다. 예전에 이 골목길에는 외국잡지와 화교가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그 명맥은 많이 끊어졌지만 아직도 중국대사관 앞에는 오래된 중국음식점 몇 곳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명동에 새로 지은 중국대사관 전경

새로 건립된 중국대사관은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 이곳은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 군대가 자리를 잡았던 곳이고, 6.25 전쟁 이후 대만대사관이 사용하다가 199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은 이후 중국대사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신축된 중국대사관은 세계를 상대로 큰 목소리를 내는 중국의 위상에 맞게 주한 외국대사관 중 그 규모가 제일 큽니다. 곧 준공식을 갖고 효자동 임시 대사관 건물에서 이사온다고 하니 명동이 다시 한 번 중국 사람과 문화로 넘칠 것 같습니다.

중국대사관 정문쪽 담장

중국대사관 앞을 지나 중앙우체국에서 명동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납니다. 일제시대 서울 근대 문명의 중심지였던 명동의 본정통이라고 불렸던 길입니다. 일제시대 명동은 일본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면서 전기와 상하수도, 근대식 상점 등 문명의 중심지로 발전하였습니다.

명동역에서 퇴계로를 건너 퍼시피호텔 왼쪽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길 또한 남산 물줄기를 복개한 길입니다. 이 길 끝에서 남산 순환도로인 소파로를 만나 길을 건너면 서울 애니메이션센터를 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센터 왼쪽 길가에 일제가 조선 식민통치를 위해 설치하였던 ‘한국통감부’ 표지석을 볼 수 있습니다. 통감부는 일제 식민통치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총독부로 이름을 바꾸었고, 1926년 경복궁 안에 건물을 새로 짓고 이사했습니다.

통감부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남산 아래 명동 근처에 모여 살았고, 이로 인해 명동이 식민통치시대 가장 빨리 문명화되어 서울의 중심 상권이 되었습니다.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앞에 있는 조선총독부터 표지석

조선총독부 터~남소문 터'

총독부터 표지석을 보고 나서 퇴계로쪽 방향으로 간 다음 서울소방재난본부 건물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소방본부 앞쪽에 교통방송이 있습니다. 소방본부 정문 앞에서 정면으로 가면 유스호스텔로 갈 수 있습니다. 유스호스텔은 70-80년대 군사독재정권시대에 악명을 떨쳤던 중앙정보부 건물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까지 하였습니다.

중앙정보부 건물이었던 유스호스텔

유스호스텔 앞에서 찻길을 따라 계속 길을 가면 오른쪽에 남산창작센터 건물이 보입니다. 지난 18대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괴롭혔던 ‘MB 황제테니스’ 사건의 현장입니다. 당시에는 체육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남산창작센터

남산창작센터를 지나면 분위기가 으스스한 터널이 나오고 곧이어 서울특별시청 남산제1청사 건물이 나타납니다. 이곳 또한 남산 중앙정보부, 안기부 시절 고문실로 악명을 떨쳤던 곳입니다.

남산제1청사를 왼쪽으로 두고 주차장 끝에 있는 남산 산책로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남산 산책로는 도심에서 조용히 자연 속에서 산책과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봄에는 벚꽃 터널이 아름답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국립극장 방향으로 갑니다. 남산 북쪽에 자리잡은 필동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면서 골짜기와 산줄기를 감상하면 옛 남산골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전망포인트에서 서울 시내를 보면 북악산과 북한산, 인왕산, 안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남산 산책로의 전망포인트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산책로 끝에 삼거리가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남산 팔각정으로 갈 수 있고, 왼쪽으로는 국립극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원래 갈 길은 왼쪽이나 오른쪽 길로 가면 서울성곽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감상할 수 있기에 잠시 올라갔다 오는 것이 좋습니다.

100여미터 가면 길 위에 성곽이 지나가는 흔적 표시가 있고, 좌우로 성곽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산 팔각정 가는 길과 성곽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곽탐방로가 나타나고 성곽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반얀트리 리조트 방향으로도 성곽이 계속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성곽은 국립극장에서 한남동으로 이어지는 장충단로로 인해 단절되었지만 성곽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곳입니다.

남산 순환도로에서 멀리 보이는 반얀트리 리조트 방향으로 이어져 있는 성곽 모습.

성곽을 보고 나서 다시 국립극장 방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국립극장 앞에서 남산 순환도로를 건너 한남동 방향으로 갑니다. 장충단로 한남동 방향 오른쪽 인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고개 정상 건너편 반얀트리 리조트 축대 밑에 ‘남소문터’ 표지석이 있습니다.

남산 장충단로 고개 정상 반얀트리 건묾 축대 아래에 있는 남소문터 표지석.

남소문은 위치와 명칭, 기능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4대문 사이에 각 1개씩의 소문이 있었는데, 동대문과 남대문 사이에는 광희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광희문이 남소문으로서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남소문터인 장충단로 언덕 정상에서 좌우 산줄기를 보면, 현대적인 길이 만들어지기 전 이 고개가 지금보다 상당히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길이 한양 도성 안과 한강진을 잇는 지름길이기는 하지만 실제 효용성은 별로 없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남소문 터~한남대교 남단

언덕을 내려와 길을 따라 계속 가면 오른쪽으로 정체모를 종교시설 입구가 나옵니다. 가까이 가보니 미8군 종교휴양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북한남 삼거리 못 가서 보이는 미8군 종교 휴양소 입구.

안쪽이 궁금해 문을 통과해 들어가 보았더니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군시설이라 내부 출입은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미8군 종교휴양소를 지나면 남산맨션아파트가 나오고, 하얏트 호텔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횡단보도를 건너 한남동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태원과 한남대교 방향으로 갈리는 북한남 삼거리에서 한남대교 방향으로 길을 건넙니다. 오른쪽으로 요즘 수준 높은 뮤지컬 공연장으로 알려진 블루스퀘어가 보입니다.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한남오거리를 만나 직진으로 길을 건너면 한남대교 북단에 이르게 됩니다.

한남대교 남단

한남대교는 1969년 완공된 한강을 가로지르는 네번째 다리면서 한강철교를 제외하면 사람과 차량이 건널 수 있는 세번째 다리여서 제3한강교라고 불렸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남산1호터널을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지는 핵심 도로 축에 있는 다리입니다.

한남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다리 북단 주변에 있던 한강진에서 배를 타고 남쪽의 잠원동, 신사동을 오가야 했습니다.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리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한강 다리를 걸어서 넘으면 색다른 풍경을 접하면서 옛 사람들이 배로 한강을 건널 때의 모습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한강의 중간에 서서 강남북을 바라볼 수 있는 한남대교 중간의 전망 포인트.

한남대교 남단~앙드레김 본사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에 접어들어서는 옛 사람들이 다녔음직한 길을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본격 개발되기 전 강남 지역은 밭과 논으로 된 질퍽거리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지금은 옛길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훨씬 더 도로사정이 안 좋았을 것입니다. 질퍽거리는 논밭길보다는 산줄기를 따라 난 길이 교통로로 이용하기 좋았을 것입니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남쪽인 양재역 방향으로 바라보면 왼쪽에 역삼역을 정상으로 하는 낮은 능선이 남북으로 뻗어 있습니다. 이 능선의 중간 길을 따라 주교통로가 있었고, 그 끝에 양재역과 주변에 말죽거리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압구정동 방향에서 양재역 방향으로 바라본 강남 지형.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V world 지형 사진을 기초로 만든 것이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압구정동 방향으로 이동하다 가로수길로 접어 듭니다. 이 일대는 1970년까지 모래가 넓게 펼쳐진 땅이라는 뜻의 사평(沙平)리, 사평동이라 불리다가 신사동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신사동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있던 새말, 즉 신촌과 사평리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것입니다. 압구정동, 논현동은 신사동에서 분리되어 생긴 행정동 이름입니다.

강남 지역에서는 옛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지형을 따라 길을 걸으며 현대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가로수길 초입에서 신구초등학교가 있는 동쪽 골목길로 걸어갑니다. 이 골목길은 역삼역, 양재역으로 이어지는 강남지역의 능선 중간에 난 길입니다.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대자본이 밀고 들어와 예전의 아기자기한 맛이 많이 사라졌다.

가로수길은 아기자기한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좁은 차도 주변에 은행나무 160여그루가 심어져 있어 통칭 가로수길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로수길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들어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큰 자본을 앞세운 대형 매장들에게 밀려 뒷골목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형성된 뒷골목을 가로수길을 패러디하여 ‘세로수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로수길’이 예전의 가로수길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남 지역 주교통로로 추측되는 옛 능선길 위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세로수길'이라고 불리는 가로수길 이면도로에는 개성있는 상점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신구초등학교 옆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가다 도산대로와 만나면 왼쪽 언덕 위에 있 는 횡단보도로 가야 합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언덕 위의 하얀 매장은 앙드레김 본사입니다. 생전에 하얀 색 옷만을 입었던 앙드레김답게 매장건물도 하얀색으로 치장했습니다.

역삼역에서 신사동에 이르는 강남의 주능선 줄기 위에 있는 앙드레김 본사.

앙드레김 본사~말죽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면 논현동입니다. 앙드레김 건물에서 역삼역까지 이어진 긴 산줄기가 만들어낸 고개 양쪽으로 논밭이 많아서 이 고개를 논의 ‘논’자와 고개라는 뜻의 한자어 ‘현’을 붙여 ‘논고개’ ‘논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앙드레김 건물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영동호텔 쪽으로 내려가 호텔 옆길로 접어듭니다. 이곳에서부터 역삼역과 강남역을 지나는 테헤란로까지 가는 길은 복잡한 동네 골목길이어서 글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가급적 설명이 쉬운 길을 택했습니다.

논현동 뒷길에는 고급스럽게 멋을 부린 집들이 꽤 많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논현동입니다. 앙드레김 건물에서 역삼역까지 이어진 긴 산줄기가 만들어낸 고개 양쪽으로 논밭이 많아서 이 고개를 논의 ‘논’자와 고개라는 뜻의 한자어 ‘현’을 붙여 ‘논고개’ ‘논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앙드레김 건물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영동호텔 쪽으로 내려가 호텔 옆길로 접어듭니다. 이곳에서부터 역삼역과 강남역을 지나는 테헤란로까지 가는 길은 복잡한 동네 골목길이어서 글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가급적 설명이 쉬운 길을 택했습니다.

영동호텔 옆길에서 직진하면 끝에 학동공원을 만납니다. 이곳에서 공원을 끼고 시계반대 방향으로 길을 따라 갑니다. 주변에 규모가 큰 고급 빌라들이 많이 보이는 주택가입니다.

학동공원 서쪽 끝에서 지하철 7호선이 다니는 학동로로 내려와 길을 건넙니다. 학동로 양쪽으로 고급 가구상점들이 많이 보입니다.

강남 지역의 지형을 직접 느껴 보기 위해 골목길을 계속 직진하여 가파른 언덕길도 올라봅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잘 몰랐던 지형의 오르내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네 골목길의 끝에 지하철 9호선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봉은사로를 만납니다.

길을 건너면 역삼동(驛三洞) 입니다. 역삼동은 일제시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주변에 있던 역마을인 말죽거리와 자연부락 2개를 합쳐 역삼리라고 부른데서 유래합니다.

봉은사로를 건너면 신논현역 방향으로 삼정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리츠칼튼 호텔을 지나 골목길로 다시 들어 갑니다. 이 골목길에는 특색 있는 식당과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테헤란로 방향인 남쪽으로 걸어가며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역삼동 안쪽 길의 특색있는 북카페. 북적거리는 강남대로와 달리 안쪽 길은 한적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카페나 식당이 있다.

골목길을 빠져 나와 국기원 사거리에서 테헤란로를 건넙니다. 길을 건너 계속 남쪽 방향으로 따라 가며 주변 지형을 살피면서 조선시대 한강을 건넌 사람들이 말죽거리 양재역으로 걸어 갔던 길을 상상해 보면 여행의 재미를 더 할 수 있습니다.

역삼초등학교 사거리를 지나 직진하면 만나는 큰 길이 도곡로입니다. 길을 건너면 도곡동입니다. 오른쪽으로 뱅뱅사거리가 있습니다. 뱅뱅이라는 의류 브랜드 본사가 위치해 있어 붙은 거리명입니다.

도곡로를 건너 직진하면 앞에 산이 하나 가로막고 있습니다. 싸리고개 공원입니다. 주변의 지형이 택지개발 과정에서 많이 훼손되기 전에는 꽤 높은 고개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개 입니다.

도곡로 건너 말죽거리 가기전에 만난 마지막 고개 싸리 고개 표지석.

싸리고개 공원 앞에서 오른쪽 길로 가다가 도곡로6길이 나타나면 그 길을 따라갑니다. 도곡로6길 끝에 있는 도곡로4길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은광여고를 지나 남부순환로를 만나게 됩니다. 이 일대가 말죽거리입니다.

말죽거리는 조선시대 때부터 충청도 경상도를 잇는 교통로의 중요한 역이었던 양재역 주변 주막, 여관 등이 있는 지역을 일컫는 말입니다. 말죽거리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역주변 마을이어서 타고 온 말의 죽을 먹이던 곳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가장 정설입니다. 말죽거리 유래에 대한 표지석은 남부순환로에 있는 육교를 건너 양재역 방향으로 올라가 서초구립 양재복지관 앞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서초구립 양재복지관 앞에 있는 말죽거리 표지석. 말죽거리 주변 문화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 아쉽다.

종각에서 말죽거리까지 여행길을 되새기며

종각에서 말죽거리까지는 18km 정도의 먼 거리입니다. 그러나 쉬엄쉬엄 걸어도 4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반나절 거리 입니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 사이에 심리적 단절이 있지만 이렇게 걸어 여행해 보면 ‘서울은 한 동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산의 조선총독부터 표지석과 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강권통치의 상징이었던 옛 중앙정보부 건물인 서울유스호스텔. 지금도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40여년 전만 해도 배로 건너야만 했던 한강을 다리 위를 걸어 건너는 경험은 많은 영감을 줍니다.

언덕과 구릉, 계곡과 같은 지형의 모습만 겨우 간직한 신사동에서 말죽거리까지 가는 강남길 여행은 현대적인 서울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말죽거리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양재시장에서 값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여행을 끝내면 충만해진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