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7일. 국내 대표 완구업체 영실업의 최대주주 김상희 대표와 특별관계자 2인은 보유주식 전량을 118억원에 비전하이테크에 매각했다. 디스플레이업체 비전하이테크는 이후 영실업을 통해 우회상장 절차를 밟았다. 영실업으로선 누적된 적자, 재무제표 악화 때문에 내린 어쩔 수 없는 매각 조치였다.

비전하이테크와 합쳐진 영실업은 망해가는 코스닥상장사의 전형적인 코스를 그대로 밟았다. '비초'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슈퍼개미 A씨에게 다시 인수된 후엔 횡령설에도 휘말렸다. 뒤이어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B씨, C씨, D사 등이 다시 영실업을 인수했는데, 역시나 횡령설에 휘말렸고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영실업은 결국 2010년 3월 상장폐지됐다.

그런데 주식시장 밖에 있던 영실업은 다른 운명의 길을 걸었다.

영실업 지분을 매각한 김상희 대표는 2008년 6월, 상장사인 영실업과는 다른 회사인 영실업을 창업했는데(자본금 20억원), 이 회사는 말 그대로 순탄대로를 탔다.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또봇' 덕분이다.

또봇은 자동차에서 로보트로 변하는 과정이 비교적 완성도가 높고, 기아자동차의 주력 모델을 실제 만화에서도 등장시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른 매니아층도 상당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얘기한다. 영실업은 애니메이션 제작, 제품 판매를 동시에 총괄하고 있다.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레트로봇이란 곳이지만, 영실업도 관여한다.

영실업에서 판매 중인 또봇

영실업은 재창업 첫해인 2008년, 매출 142억5000만원에 영업이익 6억9600만원을 올려 흑자를 내더니, 이듬해엔 흑자폭이 10억원대로, 2011년엔 50억원대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매출 542억원, 영업이익 1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이 700억원 이상일 전망이다.

창업주인 김상희 대표는 지분 전량을 다시 한번 매각해 또 한번 대박을 쳤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 13억4100여만원의 자금을 투자해 주식 26만8246주(67.06%)를 취득했는데, 지난해말 홍콩 계열의 사모펀드인 HCP코리아인베스트먼트란 곳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매각가는 대략 420억~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947년생인 김 대표는 은퇴를 결심하고 영실업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