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사상 최대인 17일째를 맞이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각종 화물 및 컨테이너 열차의 운행이 줄어들면서 납기일이 늦어지거나 원자재 조달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 기차를 대체하기 위해 화물차를 이용하다 보니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하철과 기차 운행 감소로 시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 최장 기간 철도 파업에 수출 피해 1조원 넘을 듯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가뜩이나 세계 경기 부진과 원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철도노조 파업이 겹치면서 우리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8% 정도가 철도로 운송되고 있어 파업이 길어질 경우 수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거나 원자재를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파업으로 1조원 이상의 수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1월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우리나라 수출은 1일 평균 689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화물열차 운행이 평소 대비 30% 정도만 이뤄져 컨테이너 수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납기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탓이다. 당시 파업은 8일 동안 이어져 전체 파업에 따른 수출 피해는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7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도 의왕 컨테이너기지 오봉역에 철도로 수송되는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이번 파업은 2009년 당시보다 두 배 이상 긴 기간 이어지고 있고 4년 전보다 우리 수출 규모가 커진 점을 고려하면 철도 파업에 따른 수출 피해 규모는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열차 수송을 대체할 수 있는 트럭 등 화물 운송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화물연대가 철도 파업을 지지하며 대체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수도권 수출화물의 물류(物流) 거점인 경기도 의왕 내륙 컨테이너기지(전체 수용 규모 4만5000톤)의 수용률이 평소(60%)보다 2~3%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현재 운송하지 못해 기지에 쌓이는 수출화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의왕 컨테이너기지는 철도 파업이 더 이어지면 화물 수용이 어려워지는 등 작업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관세 환급과 선적의무기간 연장 등 수출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원 대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당장 제품을 수송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 중단 등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광공업에도 영향…내달 6일부터 필수유지 대상 아닌 화물열차 운행 중지

파업이 더 길어지면 수출업체 외에도 건설분야의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시멘트 등 양회(洋灰)의 철도 수송 비율은 30% 정도다. 그러나 철도파업 이후 이들의 수송 규모는 파업 이전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시멘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3만4282t을 수송했지만 파업기간에는 1만2376t을 수송하는데 그쳤다.

다행히 아직 현장에서는 철도 파업으로 인해 건설 현장이 멈추는 등의 차질은 없는 상황이지만 파업 기간이 더 길어지면 피해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평소 5일치에 달했던 물류기지의 시멘트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겨울에는 시멘트 수요가 적고 지금은 시멘트 회사들이 육로를 통해 철도 수송량을 대체하고 있지만 육로 수송에는 한계가 있어 시멘트가 평상시처럼 원활하게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육로 수송의 운송 비용이 철도에 비해 t당 3000~4000원 가량 더 들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철도 파업이 올해를 넘겨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시멘트회사부터 레미콘회사, 건설 현장까지 피해가 번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광공업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화물열차가 전체 운송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는 석탄의 경우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1만1504t의 석탄을 운송했지만 파업 이후 4700t으로 줄었고 6336t을 나르던 철강은 1867t으로 감소했다.

90% 이상을 철도에 의존하는 무연탄의 경우 철도 파업 이후 수송이 중단된 상황이다. 무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재고량은 아직까지는 충분해 위험한 단계는 아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발전소 가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파업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 진다. 코레일은 내년 1월6일부터 필수유지 대상이 아닌 화물열차는 운행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여기에 철도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까지 계산할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25일 현재 수도권 전철은 평상시의 95.8%, KTX는 77.8%, 여객열차는 50%만 운행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는 KTX운행률을 56.9%로 줄이는 등 운행을 추가로 축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