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051900)부회장은 1999년 한국 P&G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해태제과 사장(2001년)을 거쳐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사장으로 활동해 2011년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야말로 직업이 CEO인 셈.

차 부회장의 장수 비결은 뛰어난 성과다. 취임 첫해인 2005년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678억원, 70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3조8962억원, 445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3조2996억원, 영업이익은 41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최근 33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35분기 연속 증가한 것.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사업 부문이 균형적인 성장을 했다.

차 부회장은 최근 서면인터뷰에서 “올해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역신장하는 등 고전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내가 부임했을 당시 LG생활건강은 연 매출이 1조원이 되지 않은 회사였지만, 이제는 분기 매출이 1조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만하면 참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항상 걱정하고 자만심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경쟁사들이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본능적인 촉(觸)이 필요하다"며 "그런 촉이 100년, 200년 쌓이면 경쟁사가 따라오는 데에도 100년에서 200년 걸리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기존 사업영역에서 성장한 것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를 통한 새로운 사업영역의 확장으로 회사를 키워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다 보니 차석용 부회장 이름 옆에는 늘 ‘승부사’, ‘M&A의 귀재’,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실제로 차 부회장은 취임 이후 코카콜라음료(2007년)를 인수해 1년 만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을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2009년), 한국음료(2010년), 해태음료(2011년)를 사들여 사업포트폴리오에 음료사업 부문을 추가했다. 화장품 사업 부문은 2010년 더페이스샵 인수를 계기로 커지면서 이후 바이올렛드림(2012년), 일본 긴자스테파니(2012년) 등도 사들였다. 올해는 영진약품 드링크사업, 캐나다 보디·주방용품 업체 후르츠앤드패션, 일본 건강기능식품사 에버라이프(2013년)를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의 M&A에 대해 초반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인수한 사업이 LG생활건강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며 업계에서 차 부회장의 인수합병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 차 부회장은 “지금까지 진행했던 M&A가 한 번도 마음 편하게 진행됐던 것은 없었다”며 “인수 검토단계부터 인수팀을 구성해 해당 회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한 뒤, 인수 후 3개월안에 세워둔 사업 정상화 과제를 80% 실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포트폴리오인 생활용품·화장품·음료 각 사업영역 교차지점 안에서 M&A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3~5년 내 기존 브랜드 이상의 수익성에 도달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하고 적정가격 이상의 M&A는 미련 없이 포기한다”며 “또한 LG생활건강이 먼저 M&A 계약서를 제시함으로써 잠재적 위험이 계약서상 누락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M&A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낯설기 때문에 내가 이쪽에 공을 특히 많이 들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M&A는 LG생활건강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준 LG생활건강이 포화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 전략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특히 화장품 사업의 경우 해외시장 성장이 두드러진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이 14% 성장한 가운데 해외 화장품 사업은 매출이 39% 증가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더페이스샵은 중국사업을 주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기존 총판을 인수해 사업기반을 재정비하고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방화장품 ‘후’브랜드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 내륙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사업은 에버라이프와 긴자스테파니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발표화장품 ‘숨’이 백화점 매장과 온라인 채널을 공략하고 있다”며 “동남아지역은 더페이스샵 싱가포르를 통해, 북미 지역은 ‘후르츠앤드패션’을 통해 해외 시장에 사업 거점을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는 “고가 화장품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허브화장품 빌리프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중가 화장품 시장에서는 수려한, 이자녹스, 라끄베르 등이 홈쇼핑 및 온라인 시장에서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며 “방문판매는 최근 판매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제2방판인 뷰티 애비뉴를 통해 다비, 까쒜 등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현재 생활용품 1위업체다. 음료사업과 화장품 사업 부문의 경우 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조만간 LG생활건강이 음료사업부문 업계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신규브랜드 마테차가 건강음료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코카콜라, 환타, 스프라이트 등의 탄산음료도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차 부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세계 시장규모가 300조까지 성장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체계적으로 진입해 성장동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최근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건강음료 및 기능성 음료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용품시장의 경우 국내 시장의 정체된 부문을 일본 시장 등 해외시장을 개척해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불어닥칠 위기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차 부회장은 “내수경기 침체와 청년실업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다”며 “작년부터 불어닥친 소비위축, 갑을 관계 논란, 엔화 절하에 따른 일본 관광객 유입 감소 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 앞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인식해 남들보다 ‘야무지게’ 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이 말하는 야무지게 일하는 것이란 빈틈 없이 굳세게 일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CEO란 회사를 이끌어가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전 직원이 닮고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기도 해야 한다”며 “특별한 경영철학은 없지만 건설적 불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정진하는 자세, 진정한 혁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방법에 대한 고민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