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原子爐)가 문화재로 등록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TRIGA Mark)-Ⅱ'가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문화제' 제577호로 등록됐다"고 23일 밝혔다. 등록문화재는 국보나 보물처럼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는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근대 문화 유산 가운데 건설한 지 5년 이상이 지나고 특정 분야에서 보존 가치가 있는 상징적인 유물이 선정된다.

지난 7월 현대자동차 포니와 금성사(현 LG전자) TV, 삼성전자 D램 등 산업기술 유물 32점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지만, 과학기술 연구시설이 등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리가 마크-Ⅱ는 우라늄 핵분열을 이용해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등을 생산하는 연구용 원자로로, 1957년 미국의 제너럴 아토믹스(GA)사에서 도입했다. 1959년 7월 서울 공릉동(현 한국전력 중앙연수원 부지)에서 트리가 마크-Ⅱ 기공식이 열렸으며, 정식 가동은 1962년 3월부터 이뤄졌다. 원자력연구원은 "트리가 마크-Ⅱ는 1995년 1월 가동이 정지될 때까지 33년 동안 원자력 전문 인력 양성과 원자로 설계 기술 발전에 공헌했다"고 밝혔다.

문화재로 등록됐지만 원자로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 가동을 중단했지만 핵연료가 들어 있는 내부 설비는 여전히 방사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내년 초까지 내부 설비를 분해해 방사능 제거 처리 작업을 할 계획이다. 원형 그대로 남는 부분은 내부 설비를 둘러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내부 설비가 있던 곳에는 모조품을 넣어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