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계 1위, 평판TV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유독 일본 시장에서만 맥을 쓰지 못한 채 부진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세계 각 대륙은 물론 아이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일본시장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9.9%로 4위였다. 1위는 애플, 2위와 3위는 각각 일본 기업인 소니와 샤프가 차지했다.

세계시장에서 1위를 질주하는 TV 판매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 조사에서 세계 평판TV 시장 점유율은 올 3분기 삼성전자가 25.5%, LG전자가 14.7%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 소니가 7.5%로 3위에 올랐지만 샤프 4.9%, 파나소닉 4.3% 등으로 스카이워스 등 중국 업체에도 뒤처져 있다. 하지만 일본시장에선 사정이 영 딴판이다.

일본 평판TV 시장은 샤프가 38.1%, 도시바 21.4%, 소니 16.1%, 파나소닉 16.0% 등으로 95.6%를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LG전자가 2%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이며, 삼성전자는 0%다.

중국 기업인 하이센스도 일본시장에서는 1.8%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일본 불모(不毛) 품목이자 대일(對日) 패배 목록에 LED사업이 하나 더 추가됐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성장 품목으로 선택했던 LED사업을 일본에서 사실상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특유의 전자제품 유통망을 뚫고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운 데다 일본 정부가 제정하는 상업용 LED 표준이 일본 업체에만 유리하도록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은 2009년 LED사업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지목하고 LED사업부를 설치해 일본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해 왔으나 결국 일본시장의 장벽 돌파에 실패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엔화가치가 자꾸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본 업체들과 가격경쟁을 하면 수익성만 악화될 뿐”이라며 “일본 외에 미국 등 여타 대규모 시장에 한층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은 아이폰 아니면 일본 제품”이라며 “그나마 삼성 스마트폰이 10% 가까이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것만도 굉장한 성과로 본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가전(家電)시장은 막부(幕府) 시대부터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5개 가문(家門)에서 100여 년간 지역별로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어 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전자제품 분야에서 일본 소비자들의 자국 기업 제품에 대한 각별한 애착과 자긍심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해외 가전업체가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곳은 브라운 면도기 정도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초일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유독 일본 시장에서만 연패(連敗)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난공불락(難攻不落)’이 되고 있는 일본 시장 본격 공략을 위한 더 치밀한 전략과 중장기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