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중국 장쑤(江蘇)성 전장(鎭江)에 있는 창링(强凌)전자 공장. 느리게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마다 수십 명이 앉아 LED(발광다이오드) 전구를 생산하고 있었다. 기계화된 공정도 있었지만, 작은 기판에 십여 개의 전기회로를 끼우고 제품을 검수하는 등 대부분 제조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왕화칭(汪華慶) 부총경리는 "비교적 단순한 형광등과 달리 LED 전구는 제조 공정이 복잡해 아직 수작업이 많다"며 "LED 주문량이 빠르게 늘고 있어 점차 자동화 비율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TPC'라는 독자 브랜드를 가진 창링전자는 연 매출 3억달러(약 3160억원)를 올리는 중국에서 둘째로 큰 전구 제조업체다. 장쑤성 전장과 양저우(揚州), 상하이(上海) 세 군데 공장에서 직원 2500여명이 매일 형광등 100만개, LED 전구 10만개씩을 생산하고 있다. 왕 부총경리는 "2010년부터 LED 전구를 생산했는데 해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3년 만에 회사 전체 매출의 3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조명 시장에서 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7%까지 올라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LED 점유율이 2016년엔 41%로 형광등 점유율(37%)을 추월하고, 2020년엔 전체 조명의 3분의 2 이상이 LED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트 윤석준(왼쪽) 부장과 중국 창링전자 왕화칭 부총경리가 장쑤(江蘇)성 전장(鎭江) 공장에서 생산되는 ‘러빙홈 LED 전구’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브라질·남아공 등 세계 15개국에 전구를 수출하는 창링전자는 최근 이마트와 손을 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마트가 12일 출시한 자체 브랜드(PL) '러빙홈' LED 전구가 바로 창링전자가 만든 것이다. 딩옌(丁艶) 창링전자 해외마케팅 본부장은 '하늘이 주는 운은 지리상의 이득만 못하고, 지리상의 이득도 사람끼리의 화합에는 이르지 못한다(天時地利人和)'라는 표현을 쓰면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좋은 협력관계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생산업체를 찾았고, 미국 월마트·홈디포 등에 납품하는 창링전자는 한국 시장에서 메이저 유통업체를 찾기를 원했다. 이마트 해외소싱담당 윤석준 부장은 "창링 측이 월마트보다도 단가를 싸게 맞춰줘 반값 LED를 출시할 수 있었다"고 하자, 딩 본부장은 "한국 시장의 LED 성장 잠재력을 높게 판단했기에 전략적 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LED 전구는 다른 조명기구에 비해 전력 소비가 적고 내구성이 우수한 것이 강점이다. 형광등 평균 수명이 8000시간인데 반해 LED 전구는 2만5000시간으로 하루에 6시간씩 사용해도 10년 이상 쓸 수 있다. 수은이 들어가는 형광등과 비교해 환경 보호 효과도 있다. 에너지 효율과 환경문제 등의 이유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LED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딩 본부장은 "중국 정부도 작년부터 LED 판매량에 따라 매출의 30% 정도를 보조금으로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LED는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었다. 국내 대형마트에서 LED 전구를 처음 판매한 2010년엔 8W짜리 1개가 2만5000원에 달했지만, 생산기술의 발달로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추세이다. 이마트가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LED 전구(6W)는 5600원으로 비슷한 밝기의 형광등(9W)과 소비자가격이 똑같다. 이마트 조명공구 담당 윤여택 바이어는 "초기 구매 비용만 저렴해진다면 최근 전기료 절약 트렌드와 맞물려 가정용 LED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는 주거용 LED 조명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13년 8억5000만달러(9000억원)에서 2016년엔 27억달러(2조84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