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증권사 추천주보다는 MP(모델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챙겨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단순히 종목 이름만 나열된 추천주 명단은 상황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증권사 추천 종목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지난해 말 국내 23개 증권사가 투자 유망하다고 적극 추천한 160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했더니 둘 중 하나는 주가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펀드매니저가 주목하는 MP란? 사실은 MP도 일종의 추천주다. 각 증권사에서 실적 전망, 업황,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수급 등을 토대로 내놓는데 보통 월 단위로 보고서가 나오며 적게는 20개, 많게는 50개가 넘는 종목으로 구성된다. 단순히 종목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종목별 투자 비중을 정해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준다. 상황에 따른 대응 전략도 소개한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30~40개 종목에 투자하며 끊임없이 투자 비중을 조절해야 하는 펀드매니저를 고려한 맞춤형 자료"라며 "전반적으로 성과가 좋은 편이라 일반 투자자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증권사 MP 따라 했더니… 코스피보다 낫네

실제로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 MP를 따라 투자했다면 성과가 어떨까. 금융정보업체 제로인에 의뢰해 매달 초 MP를 공개하는 개 증권사 15개(삼성증권은 투자전략ㆍ계량분석 2종류의 MP 제공) MP의 성적을 살펴봤다.

지난 1년 동안(2012년 12월 6일~2013년 12월 6일) 14개 증권사 15개 MP의 평균 수익률은 3.1%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6%)보다 좋았다. 15개 MP 가운데 10개 MP가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

6개월, 3개월 단위로 봐도 증권사가 제시한 MP 성적이 훨씬 좋았다. 지난 6개월 동안 코스피지수는 2.9% 올랐는데, 15개 MP의 평균 수익률은 5.5%로 이보다 높았다. 최근 3개월로 좁혀보면 MP 평균 수익률은 3.1%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3%)을 웃돌았고, 모든 MP(15개)가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사별 성적 보니, 중소형 증권사 약진

증권사마다 실력차도 여실히 드러났다. 투자 기간에 상관없이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순위가 들쑥날쑥한 증권사도 있었다. 최근 1년 동안 MP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증권사는 삼성증권 계량분석 부문으로 9.1% 수익을 냈다. 메리츠종금증권(7.4%), HMC투자증권(5.9%), NH농협증권(5.0%), KDB대우증권(4.7%)이 뒤를 이었다. 아이엠투자증권(-0.2%), KTB투자증권(0.2%), IBK투자증권(0.9%), 대신증권(1.4%), 교보증권(1.4%)은 코스피지수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3개월만 보면 순위가 달라진다. 메리츠종금증권(6.1%)이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교보증권(4.7%), 삼성증권 계량분석(4.5%)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단기간 수익률은 추천 종목에 따라 크게 엇갈릴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수익률 관리를 잘한 증권사 MP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

◇MP, 맹신하지 말라

좋은 성과를 내면서 MP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MP를 자사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는 비중을 높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MP를 전적으로 맹신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이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의 MP에는 대형주가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대형주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MP가 고려하는 요소를 기준으로 하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 만약 대외 악재로 증시 환경이 갑자기 악화되어 지수가 떨어지면 아무리 잘 만든 MP라도 수익률이 나빠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