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물 정상회의(water summit)'에서 "2030년이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 부족을 메울 천혜의 보고(寶庫)는 당연히 바다다. 바닷물에 들어 있는 3~4% 정도의 염분을 제거하면, 인류가 물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분리하는 기술이 담수(淡水)화 공정이다. 물이 '21세기 금'이라면, 담수화는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담수화에는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다단증발법(MSF)과 나노 격자로 염분과 물을 분리하는 역(逆)삼투압(RO)법 등이 사용된다. 다단증발법은 증발을 위해 물을 끓이는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최근에는 역삼투압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역삼투압법은 대기의 압력과 나노 격자로 바닷물에서 염분을 분리한다. 바닷물의 약 96.5%는 순수한 물이다. 나머지 약 3.5%가 소금(염화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이다. 물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의 86%는 소금이다. 나머지 물질은 소량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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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화 과정의 분리 대상인 소금 분자의 크기는 3.7㎚(나노미터=10억분의 1m)이다. 물 분자의 크기는 0.2㎚이다. 소금 분자가 물 분자보다 18.5배 크다. 물 분자보다는 크지만, 소금 분자보다 작은 1㎚ 크기의 구멍을 가진 나노 격자가 있으면 바닷물에서 쉽게 소금을 분리할 수 있다. 체로 쌀과 돌멩이를 분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렇게 나노 격자로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기술을 역삼투압식 담수화 공정이라고 한다.

물이 귀한 중동 지역에 건설하는 담수화 플랜트의 하루 담수 처리 용량은 10만t이 넘는다. 두산중공업이 2009년 말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는 하루 담수 용량이 88만t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면 인천 시민 290만명에게 필요한 물을 매일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바닷물이 나노 격자를 통과하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담수화 플랜트에는 물 수십만t을 담을 수 있는 물탱크가 있다. 이 탱크의 공간은 둘로 나뉜다. 중간 칸막이는 소금 분자는 가로막고 물 분자만 통과시키는 나노 격자이다. 바닷물이 든 공간에서 담수가 든 공간으로 물이 흘러가도록 바닷물 쪽에는 압력을 가한다. 압력이 높을수록 단위시간당 나노 격자를 통과하는 물의 양은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바닷물이 든 오른쪽 칸에는 60~70기압의 압력을 주고, 담수가 저장되는 왼쪽 칸에는 대기압 외에는 별도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바닷물은 나노 격자에 염분을 남기고, 담수 칸으로 이동하게 된다. 두산중공업 권철오 수석은 "나노 격자로 담수화하는 과정을 농도 관점에서 보면 고농도의 바닷물을 저농도의 민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저농도의 액체가 고농도로 이동하는 삼투압의 역(逆)과정이어서 역삼투압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나노 격자는 6개월에 한 번씩 격자 사이에 낀 염분을 제거하면 3~5년 재사용할 수 있다.

담수화로 얻는 민물은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식수로 바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역삼투압으로 얻은 담수는 증류수에 가깝다. 증류수를 바로 먹으면 설사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담수화로 얻은 민물에 미네랄을 인위적으로 추가해, 식수로 만든다.

식수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된 물은 오·폐수가 된다. 산업용 폐자재에서 금을 수거하듯이, 오·폐수라고 해서 그냥 버리지 않는다. 오·폐수에서 공해 물질을 제거하고 물만 따로 수거하면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담수화 설비와 정화 시설을 연결하면 단 하루 만에 오·폐수를 민물로 만들 수 있다.

오·폐수의 오염 물질은 그물 형태로 된 멤브레인(고분자화합물로 만든 막)으로 거른다. 멤브레인에 쌓이는 오염 물질은 정기적으로 바람을 불어넣어 떼어낸다. 최근에는 인위적으로 바람을 만들어 불어넣는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멤브레인 자체를 흔들어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레나(LENA·Less Energy No Aeration)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멤브레인을 좌우로 흔드는 힘을 작게 하면서도 이물질이 떨어지는 효과는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바람을 이용한 세정 공정보다 전기가 70%가량 덜 드는 레나 공정을 개발했다. 두산중공업 이정준 선임은 "하루 10만t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정화 시설에 레나 기술을 사용하면, 초기 설치비 45억원, 연간 운영비 6억8000만원을 각각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노 격자

바닷물의 물 성분과 염분 성분을 체로 거르듯이 분리한다. 염분 분자의 크기가 물 분자보다 18배 크다는 점을 이용한다. 나노 격자는 탄소 고분자화합물이나 펄프에서 추출하는 셀룰로오스 등을 사용해 만든다.

☞멤브레인(membrane)

그물 형태로 오·폐수의 오염 물질을 분리한다. 오염 물질의 성분은 주로 질소와 인이다. 멤브레인을 통과한 오·폐수는 공업용수 등으로 재활용 가능하다. 멤브레인은 탄소 고분자화합물로 만들며, 구멍 크기는 10㎚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