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전구처럼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는 조명을 무선 인터넷 접속장치(AP)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조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지요."

헤럴드 하스(Haas·사진)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라이파이(Li-Fi) 기술의 주창자다. 와이파이(Wi-Fi)가 전파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무선 통신 방식이라면, 라이파이는 빛을 사용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최근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하스 교수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하스 교수는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Light Emitting Diode)가 대중화하던 2000년대 초부터 라이파이 연구를 시작했다. 가전제품용 리모컨이 적외선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빛으로 통신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속도가 문제였다. 하스 교수는 "연구 초반에는 전송 속도가 10Mbps(초당 메가비트) 정도밖에 안 나왔다"며 "속도를 높이는 연구에 집중한 결과 지금은 1Gbps (초당 기가비트)까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1Gbps는 1.2GB (기가바이트)짜리 영화 파일 1개를 약 10초면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전파 대신 빛을 사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유한한 공용 자원이라서 국가에 거액을 내고 사용권을 사야 하는 전파와 달리 빛은 무한대로 쓸 수 있습니다. 또 전파는 벽을 뚫고 나가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를 포착해 해킹 등에 악용할 수 있지만 벽으로 차단할 수 있는 빛은 그런 위험이 적지요. 비행기처럼 안전상의 이유로 전파 사용을 제한하는 곳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스 교수는 "라이파이는 모든 기기·장치가 통신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예를 들면 TV에 들어가는 LED를 라이파이의 광원(光源)으로 사용하면 TV의 콘텐츠를 바로 시청자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옮겨 오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파이 기술을 일반 소비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되려면 장비의 소형화가 필요하다. 하스 교수는 "빛으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수신하는 장치가 스마트폰 등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져야 한다"며 "동글(USB처럼 컴퓨터 외부에 부착하는 소형 기기) 형태로 수신장치 등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모뎀을 탑재한 전구 등 라이파이 관련 제품도 필요하다"며 "현재 기술 수준을 볼 때 앞으로 3년 정도면 일반 소비자들도 라이파이를 응용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