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퇴와 나이트 클럽 DJ 경력을 지닌 이토 조이치 MIT 미디어랩 연구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MIT는 200~300명 후보자 가운데 전통적인 학자가 아닌 나를 선택했다”며“철저한‘개방과 공유’로 연구소를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꿈의 연구소'라 불리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 미디어랩의 이토 조이치(伊藤穰一·47) 연구소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대학 중퇴 학력에 나이트클럽 DJ로도 일했던 그는 현재 세계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온 세계적 연구소의 수장(首長)을 맡고 있다. 1985년 설립된 MIT 미디어랩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이공계 천재들이 모여 과학과 미디어·예술을 융합해 미래 기술로 키워낸 곳. 가상현실, 3차원 홀로그램, 전자책을 있게 한 전자 잉크 기술, 표정 짓는 로봇 등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지난주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 2013' 참석을 위해 방한(訪韓)한 이토 소장을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2년 전 대학 중퇴 학력에 변변한 논문 한 편 없었던 이토가 경쟁자 수백여명을 제치고 MIT 미디어랩 소장으로 발탁되자 전 세계가 그를 주목했다. "저 이전에도 후보자가 200~300명 있었지만 MIT는 전통적 학자 스타일 대신 절 택했어요. 사실 저도 이해가 가지 않았죠. 다만 저는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고, 그게 제 문제점이자 강점이에요.(웃음) 미디어랩 역시 모든 분야를 다루는 곳이라는 점에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랩이 이처럼 '꿈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토 소장이 연구소가 지향하는 '융합(融合)과 연결'의 정신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는 196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세 살이 되던 해 과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14세 때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도쿄의 외국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의 터프츠대(컴퓨터공학과)와 시카고대(물리학과)에 진학했지만 둘 다 중퇴했다. 이후 인터넷 벤처 투자가의 길에 접어들어 킥스타터·트위터·플리커 등 유명 업체에 투자해 이름을 알렸다. 2008년부터는 인터넷의 저작권을 공개, 공유하는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의 대표로 활동해왔다.

MIT 미디어랩에 와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도 역시 '개방과 공유'였다. "미디어랩에 와 보니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가 공유되는 창의적 공간이었지만 철저히 폐쇄적이었어요. 외부에선 대체 미디어랩이 뭘 하는지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죠. 저는 철저한 개방에 중점을 뒀습니다. 회의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외부 연구원도 초청하고, 다른 교육·연구 기관과 협업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상상력과 과학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자 하는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사람들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일부터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다섯 살짜리 아이는 모두 본능적으로 창의성을 갖고 있어요. 물론 그림을 그리거나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처럼 창의력을 표현하는 수단은 필요하죠. 문제는 커 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들의 창의력을 말살한다는 겁니다. 어떠한 허락(permission)도 받지 않고 스스로 창의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토 소장은 한 해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세계인'이다. 집만 도쿄(일본), 두바이(아랍에미리트), 보스턴(미국) 등 세 곳이다. "올해 들어서만 270일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어요. 물론 매우 피곤하고,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전 세계 많은 사람과 미디어랩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려고 합니다." 업무는 스카이프나 구글 행아웃, 이메일로 주로 처리한다.

그는 현재 뉴욕타임스(NYT)의 이사로서 전통 언론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참여하고 있다. "언론인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죠. 기자가 사회를 감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지 않습니까. 한국에 삼성과 같은 하드웨어 회사가 있는 것은 행운이고, (전통 언론의 발전을 위해) 미디어 회사와도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