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와 관련된 각종 정책 중에는 업계가 따르고 싶어도 따르기 힘든 '다중(多重) 규제'도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동반성장위원회, 가맹사업법, 공정거래위원회 모범 거래 기준 등 3중 규제를 받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빵집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정해, 동네 빵집에서 도보 500m 이내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공정위의 모범 거래 기준은 같은 브랜드 빵집에서 반경 500m 이내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여기에 최근 바뀐 가맹사업법 시행령은 같은 '영업 지역' 안에는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못 들어오게 했다.

빵집 업계에서는 "영업 지역과 몇 미터 거리로 정하는 것은 사실상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왕복 8차로를 사이에 놓고 마주 보고 있는 두 빵집은 직선거리로는 100m도 안 떨어져 있지만 육교나 횡단보도가 없다면 같은 상권이라고 볼 수 없는 게 상식이다. 현재 법에 따르면, 세 가지 중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기업을 규제하도록 법을 바꿨다가 시행해보지도 않고 다시 법을 바꾸려는 시도도 있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작년 11월 대기업 면세점을 제한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달 초 대기업 면세점을 전국 면세점의 60% 미만으로 하는 시행령이 확정됐다. 이때 규제 기준은 매장 수였다. 그러나 홍 의원은 시행령이 확정된 불과 이틀 뒤, 기준을 면적으로 바꿔 대기업 면세점 면적을 50% 미만으로 줄이도록 하는 더 강력한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정책 입안자들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상적 생각만 하다 보니 무리한 규제가 자꾸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