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인 프리스케일의 데이비드 유즈(Uze·사진) 한국·일본 대표는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차량용 반도체는 세계적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넘보고 있지만, 사실 엄청난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까다로운 분야"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세운 '현대오트론'을 비롯한 신생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제까지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도망가듯 빠져나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프리스케일은 19 48년 모토롤라 반도체사업부로 출발해 2004년 독립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MPU), 마이크로 컨트롤러(MCU),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각종 센서 등 차량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를 만들어 지난해 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10위권 자동차 업체 중 8곳이 프리스케일의 AP를 쓰고 있다.

그가 꼽은 진입 장벽은 크게 네 가지이다. 일단 '규모의 경제'에서 후발 주자들이 기존 차량용 반도체 전문 회사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했다. 현대오트론이 직접 만든 차량용 반도체를 현대차와 기아차에 모두 공급한다 해도 그 규모는 연간 최대 760만대 수준이다. 이에 비해 프리스케일 반도체가 들어가는 차량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만대에 이른다. 가로 세로 2㎜짜리의 작은 칩 하나의 단가를 1원 단위로 깎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공급 규모 차이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시도하다 결국 전문 업체 제품을 사서 쓰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품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반도체 분야에 비해 품질 기준이 높다는 것이다. 공급의 연속성도 중요하다. 도요타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각종 센서 공급이 끊겨 애를 먹었다. 칩 하나가 없어서 차 전체를 못 만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유즈 대표는 "완성차 회사와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은 한번 공급 관계를 맺기도 힘들지만, 수십년 관계가 지속되면 끊기도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