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서울대 교수

모든 인간은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꿈에 대한 해석, 기능 그리고 의미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다. 장자는 호접지몽(胡蝶之夢)에서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내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나비였다. 내 스스로 아주 기분이 좋아 내가 사람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윽고 잠을 깨니 틀림없는 인간 나였다. 도대체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이 인간인 나로 변해 있는 것일까.” 그는 꿈을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여행의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고대에는 꿈을 신의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경에서도 선지지들은 대개 꿈을 통해 계시를 받는다. 예수를 잉태한 동정녀 마리아도 꿈에서 천사의 말을 듣고 예수가 메시아임을 깨닫는다. 철학자들에게도 꿈은 큰 연구 주제였다. 아리스토텔렐스도 ‘꿈에 대하여’를 썼고, 중세 시대에도 무수히 많은 해몽서들이 제작됐다. 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돼지꿈은 재복(財福)을 상징한다. 돼지꿈을 꾸고 난 후 로또를 사서 당첨이 됐다는 소문을 듣곤 한다. 좋은 꿈은 사고팔기도 한다. 임신과 꿈을 관련지어 생각하는 태몽도 무시할 수 없다.

◆ 꿈에 대한 인간의 영원한 호기심

꿈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접근은 프로이트에서 시작됐다. 프로이트는 1900년 출간한 책 ‘꿈의 해석’에서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통로이자,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이나 불안의 투영으로 봤다. 프로이트 이후 꿈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설명이 제시됐다.

우리 뇌가 낮 동안 집적한 정보 중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꿈이 경험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이론, 우리 생존에 중요한 여러 정보, 즉 걱정이나 염려, 생각 욕구, 불확실성을 다시 검토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꿈이라는 이론, 대뇌의 뇌간에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로 신경 흥분이 발생하고 이것들이 뇌를 자극해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구성한다는 이론 등이 있다.

최근에는 신경심리학적 접근법도 나왔다. 뇌파(EEG, electroencephalogram)와 같은 생리적 지표를 이용해 꿈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시도다. 보통 수면은 5단계를 거친다.(아래 그림 참조) 각성과 수면의 중간인 1단계에서는 낮고 빠른 뇌파를 보이며 근육 활동이 이완된다. 호흡과 맥박이 느려지는 2단계에서는 뇌파도 점점 느려지고 체온도 떨어진다. 깊은 수면이 시작되는 3단계를 거쳐 4단계에 도달하면 외부 자극에 대해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고 제한적인 근육 반응만 나타나는 깊은 수면에 빠진다. 5단계에서는 깊은 수면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1단계 때와 같은 뇌파를 보인다. 혈압이 높아지고 호흡이 증가하면서 마치 빠른 액션 영화를 보고 있을 때처럼 안구가 신속하게 움직인다. 이런 사람을 깨우면 80% 이상이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수면 시 나타나는 일련의 단계와 뇌파

하지만 꿈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에도 나름의 한계가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통한 사례 분석은 당사자의 기억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 생리심리학적 접근법은 수면과 꿈에 대한 물리/화학적 관계 규명에는 유용하지만, 꿈의 의미와 해석에 있어서는 정보를 주지 못한다.

◆ 뇌 신호를 통한 꿈의 복원

이 때문에 최근에는 꿈을 보다 객관적인 자료로 바꿔보려는 시도가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2011년 10월 29일자 이코노미스트에 소개된 미 버클리대 연구 사례가 그 중 하나인데, 여기에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이 연구는 영상 정보와 시각 반응 정보의 관계를 모형화해, 이 모형을 통해 대뇌 피질에서 얻은 반응만 이용해 시각 정보를 재구성하려 했다. 꿈을 꾸거나 마음 속에만 그려지는 영상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실제 영상정보로 복원하려는 시도다. 그 전에도 유사한 연구가 있었지만 대체로 정적인 대상에 대한 시각 정보의 처리에 국한됐다. 반면 이 연구는 동적인 영상을 처리하는 대뇌 신호와 실제 영상 정보의 관계를 모형화한 첫 시도로 주목 받았다.

연구진은 여러 사람에게 다양한 영화를 몇 시간 동안 보여주면서 대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를 통해 수집했다. fMRI는 MRI의 실시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MRI는 CT와 함께 뇌 단층을 촬영하는 대표적 기술인데, 이 기술은 뇌의 정적인 상태만 보여준다. 즉 사진기 같은 역할을 한다.

그에 비해 fMRI는 뇌의 활동을 동영상 촬영하듯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자극을 받으면 뇌의 여러 부분이 반응하는데 이런 반응의 변화를 3차원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장치가 fMRI이다. fMRI는 현재 뇌 과학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는 핵심 실험 장치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자폐증 환자와 정상인의 차이는 뇌의 구조가 아니라 뇌가 특정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의 차이라는 사실도 fMRI를 통해 밝혀졌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fMRI자료를 바탕으로 보여준 영상을 복원하는 작업은 패턴 인식이라 불린다. 주어진 신호를 이용해 사진 또는 영상을 복원하는 작업을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분야이다. 패턴 인식을 응용할 경우 사진 속 물체가 무엇인지 자동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사진만 보고도 어디서 촬영됐는지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 패턴 인식, 아직 개와 고양이도 구분 못해

하지만 패턴 인식의 현재 기술은 수십년의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보 단계이다. 놀랍게도 지금의 알고리즘 수준으로는 개와 고양이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전쟁 수행 로봇 제작이 아주 중요한 연구 과제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로봇 기술의 경우,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데 관한 한 전쟁 수행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로봇의 뇌에 해당하는 이미지 인식 시스템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어떤 로봇도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한다.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하듯이 말이다.

패턴 인식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버클리대 연구팀은 빅데이터를 적용,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fMRI자료와 영상의 관계를 규명해 주는 복잡한 수식을 찾는 일반적인 패턴 인식 방법을 포기하고, 그 대신 유튜브 동영상들을 이용했다. 유튜브에는 2009년 현재 이미 65억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있다. 월평균 방문자수는 10억명이 넘는다. 여기에 올라있는 동영상의 규모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인간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동영상이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튜브의 엄청난 동영상을 이용해 꿈을 찍는 기술을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아래 그림 참조) 유튜브의 다양한 동영상을 다양한 실험자들에게 보여주고 fMRI정보를 얻은 후,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한다.(그림 B) 그리고 새로운 fMRI정보가 입력이 되면(그림 A), 이 정보와 가장 유사한 fMRI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은 후(그림 C), 관련 유튜브 동영상들을 결합해 해답으로 보여준다.(그림 D) 실험 결과, 보고 있는 영상이 최소한 사람인지 아닌지, 정지 상태인지 동작 중인지 여부를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었다.

꿈을 찍는 방법

◆ 꿈을 주입할 수 있는 영화 같은 세상이 온다

이런 빅데이터 기법의 기술적 난제는 fMRI 신호가 뇌 반응보다 늦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유는, fMRI가 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뉴런(뇌신경은 수십억개의 뉴런이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의 활동을 직접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뉴런의 활동과 관계 있다고 알려진 혈류 활성화 영역의 혈류량이나 산소량 변화를 측정기 때문이다. 혈류와 관련한 변화는 뉴런 활동 후 일정 시간이 지나서야 발생한다. 따라서 빠르게 변하는 동영상과 느리게 반응하는 fMRI신호의 관계를 모형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 매우 높은 난이도의 빅데이터 분석 기법이 필요하게 된다.

꿈을 풀어낼 수 있으면 반대로 주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꿈이 뇌에 주입되는 상상의 세상을 소재로 만든 영화가 바로 매트릭스와 인셉션이다. 이 영화들이 모두 큰 인기를 끈 것을 보면 우리 무의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인류는 이제 무의식을 향한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이 첫걸음은 유튜브의 무수한 동영상 자료 없이는, 또 이것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여기서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이는 핵심 열쇠가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