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인생사전

공병호 지음ㅣ해냄출판사ㅣ304쪽ㅣ1만4500원

인생을 논하기란 쉽지 않다. 거기에 ‘사전’이라는 제목까지 붙여 책을 낸다는 것은 웬만한 식견이나 관록만 가지고는 어려운 일이다. 그 점에서 저자는 이런 책을 낼 만한 저자 후보군에 든다. 공병호라고 하면 국내에서 ‘자기계발의 전도사’로 손꼽히는 이름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길인가?’라는 고전적인 화두 아래에, 74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답을 달았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때마다 누구나 한번쯤 떠올릴 물음들이다.

정체성·돈·전직(轉職)·조직생활·결혼·자녀교육·건강 등 인생의 문제가 키워드로 나열된다. 이어 매사에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저자만의 원칙과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가령 “둘도 없는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저자는 저명한 재무 전문가 데이브 램지의 말을 빌려온다. 금전 관계가 돈독한 친구 관계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니 ‘최악의 경우 돌려받지 못해도 괜찮을 수준’까지만 빌려줘야 한다고 답한다.

그 외에 “부지런히 여행을 떠나라”, “좋은 습관을 길러라”, “종이신문을 읽어라”, “아무나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같은 조언들이 줄을 잇는다. 저자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는 대부분 쉽게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중에는 이미 부모님이나 학교 선배, 직장 상사 같은 주변의 인생 선배들로부터 들어본 내용들이 많다. 그 동안에도 쉽사리 실천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좋은 삶의 정의’도 TV프로그램이나 신문 칼럼 등을 통해 이미 누차 소개된 내용들이다.

‘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마치 친한 선배가 후배에게 인생 상담을 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협심 강했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인생의 여정을 돌이켜 보며, 자신의 시행착오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아내에게 상처주기 일쑤였던 다혈질의 성격, 앞만 보고 질주하던 젊은 시절의 욕망, 일에 미쳤던 조직 생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늘 지쳐 있던 몸과 마음 등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저자의 경험에서 건져 올린 깨달음을 직설적인 삶의 원칙으로 녹여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도 저자가 책머리에서 던진 화두는 그대로 남는다. 다만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온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