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바인 동영상 캡쳐

“마일스 잘했어. 고담도시를 구해라.(Way to go Miles, way to save Gotham)”

지난 15일 (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영상 공유 소셜네트워크(SNS) 서비스 ‘바인(Vine)’을 통해 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말을 한 배경에는 이날 미국 전역에서 펼쳐진 ‘다섯살 소년의 꿈의 배트맨 놀이’가 있었다.

백혈병에 걸린 다섯살 소년 마일스 스콧은 ‘영화 속 배트맨이 되어 위험에 처한 고담도시를 구하기’라는 소원을 갖고 있었다. 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미국 시민 1만2000명은 조연을 자처했다. 그리고 이날 하루 마일스는 소년 배트맨이 되어 고담도시로 변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여성을 구하고 은행을 터는 악당을 체포하는 등 꿈의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놀이에 오바마 대통령도 동참해 소년 배트맨 마일스를 응원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SNS가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아닌 ‘바인’이었다는 점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재선의 성공열쇠로 트위터가 꼽힐 정도로 트위터를 미국 국민과의 소통창구로 썼던 오바마 대통령이 바인을 사용했다는 것은 소셜미디어(SNS)의 판도 변화를 보여주는 단서다.

즉 기존의 대세였던 트위터, 페이스북이 지고 바인, 플리커, 스냅챗 등 신규 SNS가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은 바로 10대다.

지난 10월 말 데이비드 이버스만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10대 청소년들이 페이스북을 이탈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부모, 교사 등 어른들이 함께 사용하게 되면서 10대만의 공간이 아니게 된 탓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10대들은 페이스북을 떠나고 무엇을 선택했을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웹인덱스가 30개국 10대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올해 1~3분기 대체 SNS를 조사한 결과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 모바일앱이 1위로 나타났다. 2위는 트위터가 인수한 바인 앱, 3위는 사진기반 SNS 플리커 앱 등이 차지했다.

지난 13일 포브스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보도하면서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10대 사용자 비중이 지난 1분기 76% 에서 3분기에는 56%까지 하락한 반면, 위챗은 1021%, 바인은 639%, 플리커는 254% 늘었다”라고 밝혔다.

10대에게 인기있는 SNS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바일 앱, 메시지, 사진과 동영상 공유 등이 키워드다.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처럼 게임 플랫폼과 함께 스티커 기능을 추가했다.

바인의 경우 사람들이 모바일로 동영상을 볼 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0초 이내임을 감안해 6초 이내의 동영상만 올릴 수 있게 했다. 올해 1월 시작된 바인 서비스의 가입자수는 현재 4000만명에 달한다. 플리커는 사진공유 SNS로 포털사이트 야후가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도 사진을 전송하고 나서 약 10초가 지나면 자동 삭제돼 사생활 유출 걱정이 없는 스냅챗, 사진공유 SNS 인스타그램 등도 10대 사이에서 인기다.

톰 스미스 글로벌웹인덱스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SNS의 특징은 폐쇄적인 메시지, 비디오와 사진을 공유하는 모바일 앱”이라며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시지와 사진 공유가 핵심인 페이스북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트위터가 바인을 인수했듯이, 페이스북도 사진공유 SNS 인스타그램에 이어 스냅챗을 인수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스냅챗을 3조원에 인수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구글, 텐센트 등과 함께 또다시 인수전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