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삼성가(家)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005930)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008770)사장을 제외한 오너가 대부분의 구체적인 연봉은 내년에도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이사 보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삼성가 대주주 대부분이 미등기 이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다른 그룹 경영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내년부터 연봉 5억원 이상 상장사 등기이사 보수 공개가 의무화 할 전망이지만, 범 삼성가의 경우 대주주 일가 대부분이 미등기 임원이어서 이부진(왼쪽) 호텔신라 사장 연봉만 공개될 전망이다. 이부진 사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손을 잡고 올해 초 삼성신년하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18일 기업 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의 등기이사 평균 연봉이 5억원 이상인 기업은 117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는 기업은 57.3%인 67곳, 인원은 60명이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과 신세계 등 범 삼성가는 대주주 일가 대부분이 미등기 임원이어서 여전히 연봉이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의 경우 연봉 공개 대상자는 호텔신라 등기이사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이건희 회장,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부사장과 사위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경영기획총괄 사장 등 나머지 일가는 모두 비등기 임원이다.

삼성가의 일원인 신세계(004170)의 대주주 일가가 모두 비등기 임원으로 공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딸 정유경 부사장 역시 미등기 임원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SK(034730), LG(003550),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002320), 한화(000880)등은 모두 대주주가 등기 이사를 맡고 있어 연봉이 공개될 전망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건설 4개사,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3개사, 사위 정태영 사장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조카 정일선 사장은 현대비앤지스틸, 사위 신성재 사장은 현대하이스코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SK도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C&C 3곳,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SK네트웍스·SK E&S 2곳, 사촌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SK가스·SK케미칼 2곳, 역시 사촌인 최신원 회장은 SKC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LG,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쇼핑·롯데제과·호텔롯데 3곳,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케미칼 3곳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장남 신동주 부회장은 호텔롯데,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등기이사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몽준 의원 사촌인 정몽혁 회장이 유일하게 현대종합상사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고 한진은 조양호 회장이 한진·대한항공 2곳, 아들 조원태 부사장이 한진·대한항공 2곳, 장녀 조현아 부사장은 대한항공, 제수인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한화·한화건설·한화케미칼·한화엘엔씨 4곳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