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본 지구에 있는 비어있는 주차 공간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파커

지난 3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市)의 중심가에 있는 본(Born) 지구(地區). 이곳에 있는 바르셀로나 해양학교 앞에는 10여대의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빈 공간에 자동차 한 대가 주차를 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인 ‘파커(Parker)’에 접속하고 약 30초 정도 지나자 ‘3’라고 뜬 숫자가 ‘2’로 바뀌었다. 3개 남아있던 빈 주차 공간이 2개로 줄었다는 뜻이다.

이 앱에 접속을 하면 어디에 몇개의 주차 공간이 비어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과거엔 빈 주차 공간을 찾아 여러 골목을 다니면서 시간과 연료를 낭비했지만 이제는 앱 검색 한 번으로 빠르게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운전자는 시간과 연료를 아끼고, 바르셀로나 시는 운전자들에게 신속하게 주차 공간을 찾아줌으써 교통 체증을 줄이게 된 것이다.

◆ 빈 주차 공간 실시간으로 알려줘…전체 수명의 4년을 아낄 수 있어

바르셀로나 시정부는 올해 초부터 도시 중심지에 있는 본 지구 곳곳에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도시’ 솔루션을 깔고 시범 운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가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깔았고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센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위치 정보(LBS),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을 제공했다.

본 지구에 시범 도입한 ‘스마트 주차’도 스마트 시티 계획의 일부분이다. 스마트 주차를 구현하려면 주차 공간에 차가 있는지 없는지를 감지하는 센서(sensor)가 있어야 한다. 바르셀로나 시는 아스팔트에 지름 약 15cm 크기의 동그란 센서를 심었다. 최대 7년까지 자가 발전으로 작동하는 이 센서는 자석이 탑재되어 있어 금속을 감지해낸다. 센서 위에 놓인 것이 거대한 규모의 금속 덩어리(자동차)인지, 아니면 나뭇잎이나 쓰레기 조각에 불과한지 가려낸다.

바르셀로나 본 지구에 있는 비어있는 주차 공간을 알려주는 센서가 아스팔트에 심어져있다(하단)

이 센서는 주변에 설치되어있는 와이파이(Wi-fi) 가로등과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주차를 하는 즉시 데이터 센터에 ‘주차 중’이라는 정보를 보내고 중앙 관제 시스템을 통해 앱에 반영된다.

안토니 베비브 바르셀로나 부시장은 “사람들은 전체 수명의 4년을 빈 주차 공간을 찾는데 쓴다고 한다”며 “주차 공간을 빨리 찾아주면서 교통 체중을 줄이는 스마트 주차를 시내 주요 번화가에 확대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결하고 연결하는 스마트 도시의 미래 임박

바르셀로나는 주차 외에도 버스 정류장, 조명, 쓰레기장과 환경 오염도까지 사물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 도시를 구현하고 있다.

본 지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는 대형 터치 스크린이 도입되어 실시간으로 교통·관광 정보를 볼 수 있고,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충전 단자도 있어 누구든지 무료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 시는 현재 시범 운행하고 있는 스마트 버스 정류장을 내년까지 바르셀로나 시내에 100여개로 확장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 본 지구에 있는 스마트 가로등. 소음과 사람들의 밀집도, 공기 오염도 등을 측정한다

유명 관광지인 본 시장 앞 광장에는 LED 조명을 이용한 ‘스마트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이 가로등은 와이파이 라우터 역할을 하는 동시에 소음 수준, 공기 오염도를 통해 인구 밀집도까지 파악한다. 광장에 모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움직임을 통해 인구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사람이 많으면 조명 밝기를 높이고 사람이 없는 늦은 밤에는 조명 세기를 낮춰 전력을 절약한다. 바르셀로나 시는 이로 인해 연간 최소한 30% 절약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베비브 부시장은 “도시 내 전력 수요의 70%는 건물에서 발생한다”며 “전력 사용량을 똑똑하게 줄일 수 있도록 현재 100여개 수준인 스마트 가로등을 내년까지 바르셀로나 중심지 전역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본 지구에 있는 스마트 쓰레기통. 뚜껑에 달린 검은색 센서가 내부에 있는 쓰레기량의 무게를 측정한다

주거 건물 뒤에는 한국 아파트 단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쓰레기통 7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이곳을 걷던 도중 마침 쓰레기 수거 트럭이 도착해, 7개 중 단 2개의 쓰레기통만 비우고 자리를 떠났다. 쓰레기통이 얼마나 찼는지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쓰레기통의 상단에 달린 센서가 쓰레기의 무게를 측정해 쓰레기 수거 트럭 운전수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비르셀로나는 도시 내에 500km규모의 네트워크를 깔고, 500개의 와이파이 핫스팟을 제공하면서 ‘커넥티드(연결된) 스마트 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시범적으로 운행된 스마트 시티 모델을 모범 사례로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스마트 도시라고 해서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화려하거나 첨단 기술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아스팔트에 심어져있어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운 센서, 쓰레기통의 일부처럼 심어져있는 센서, 가로등 안에 설치된 와이파이 라우터 등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시스코의 글로벌 스마트시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존 베클베인은 “사람들은 ‘스마트 도시’라고 하면 엄청 거대하고 화려한 무엇인가를 기대하지만, 실제 스마트 도시란 사람들의 삶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더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