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오는 2020년 완공되는 '마곡 LG 사이언스파크'를 거대한 '에너지 절약 실험장'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LG는 31일 "LG 사이언스파크의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일반 건물 대비 50%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LG는 태양광 발전 등으로 일부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등, LG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최첨단 에너지 절약 기술을 총동원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마곡 LG 사이언스파크는 LG가 총 3조2000억원을 투입, 총 17만여㎡(5만3000평)에 LG그룹 11개 계열사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짓는 프로젝트이다. 오는 2020년 최종 완공되면 R&D 인력 2만여명이 상주하게 된다. LG가 계열사별로 분산된 R&D 역량을 한곳에 집결하는 것은 융·복합 연구를 통해 '미래 먹거리' 기술 개발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뜻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마곡 사이언스파크를 LG의 에너지 관련 기술력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거대한 쇼케이스(showcase)로 만들겠다는 의도도 있다. LG 관계자는 "마곡 LG 사이언스파크를 그룹의 에너지 솔루션 사업 역량을 보여줄 '플래그십 모델(선도 모델)'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국내외에는 최첨단 에너지 저소비 건물이 다수 있다. 그러나 LG 사이언스파크처럼 대단지 전체를 저에너지 소비형으로 짓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R&D센터에 에너지 절약 실험

마곡 사이언스파크는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일부를 자체 조달한다. 모든 건물 옥상에는 LG전자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시간당 최대 3MW(메가와트) 이상 전력을 생산한다. 3MW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사무 공간에 설치된 전체 LED 조명을 켜는 데 필요한 전력량의 약 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성하는 발전용 연료전지도 에너지원의 하나로 도입한다. LG는 차세대 에너지원의 하나로 발전용 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다.

낮에 쓰고 남은 전력을 저장하는 시스템도 동원된다. LG화학이 만드는 2차 전지를 집적한 2MW급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해 가격이 저렴한 심야 전기를 저장했다가 평소 냉·난방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LG 측은 "이런 자체 발전과 전력 저장 시스템을 통해 마곡 사이언스파크의 에너지 사용량을 일반 건물 대비 50~70% 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LED·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등 적용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및 내외장재, LED 조명 도입 등도 계획돼 있다.

LG전자는 마곡 사이언스파크에 지열(地熱)을 활용한 시스템 에어컨을 도입한다. 지열은 사계절 일정한 온도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온도를 높일 수 있다. 또 폐열을 냉방에 활용하는 흡수식 냉동기도 갖출 계획이다.

LG하우시스의 에너지 절감형 건축자재도 들어간다. 유리에 은을 코팅해 단열성을 높인 로이유리, 내부 밀도를 높여 얇은 두께로도 25년 이상 높은 단열성을 유지하는 폼단열재 등이 재료로 이용된다.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운영에는 공조, 조명, 전력 설비를 통합 관리하는 빌딩관리시스템(BMS)이 동원된다. 정보 통신 기술을 이용해 단지 전체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전력 수요가 적은 시점에 전력을 저장해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대비하고, 일광량에 따른 공간별 온도 차이를 감지해 냉난방을 자동 조절하는 등 지능형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 밖에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의 업무용 차량으로는 전기차를 사용하고, 단지 내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구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