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또다시 불거진 '불완전 판매' CP 위험 제대로 설명 않고 "사도 된다"

㈜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의 법정 관리 신청 이후 CP·회사채 불완전 판매 문제가 또 불거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3만8661건이었던 금융권 민원은 올 상반기 4만2582건으로 10.1%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및 부당 권유 관련 민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동양그룹 사태 이후 '불완전 판매'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회사가 법정 관리를 신청해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가 4만여명에 달해, 향후 법정에서는 동양증권이 고객에게 투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고 상품을 팔았는지를 가리는 '불완전 판매'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오늘은 금융 투자 상품을 판매할 때 금융회사의 의무가 무엇인지, 고객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불완전 판매란 무엇인가요?

불완전 판매는 금융회사가 적합하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투자 상품을 판매하거나,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행위를 말합니다. 금융 투자 상품은 펀드·주가연계증권(ELS)·변액보험 등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말합니다.

투자 여부는 투자자가 결정하는 것인데 왜 금융회사가 금융 상품과 고객의 적합 여부를 따져서 판매해야 할까요.

소비자 특성에 따라 상품 판매가 제한되는 경우는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담배나 술은 19세 미만에게는 판매가 금지돼 있습니다. 건강에 해롭고 중독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감기약은 약국에서 살 수 있지만, 항생제가 포함된 감기약은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상품의 공통 특징은 상당 수준의 부작용을 지니고 있거나, 판매자와 소비자가 가진 정보와 전문성의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금융 투자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20%의 높은 기대 수익률이 예상되는 동시에 변동성도 매우 높아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금융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금융 상품은 고정적 수입이 있는 30대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만 은퇴한 60대 투자자에게는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근로소득이 없는 60대 은퇴자는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30대 투자자에게 해당 상품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판매 직원이 높은 수익률만 부각시키고 위험에 대해서는 "안전한 편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식의 설명만 할 경우도 불완전 판매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법적 의무는 무엇인가요

금융 투자 상품은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 판매 직원만 투자 권유를 할 수 있습니다. 또 판매 과정에서 특정 절차를 따르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적합성 원칙(제46조)'과 '설명 의무(제47조)'가 대표적입니다.

우선 금융 투자 회사는 개인 투자자와의 면담·질문 등을 통해 투자 목적, 재산 상황, 투자 경험 등을 파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적합성 원칙'은 이렇게 파악된 투자자 정보에 기초해, 고객에게 부적합한 투자 상품은 권유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으로 금융회사는 판매에 앞서 금융 상품의 주요 내용을 충실히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상품의 내용(명칭 및 종류, 투자 목적, 투자 대상과 주요 투자 전략), 투자 위험(최대 손실 가능 금액 등), 각종 수수료, 계약 해지 등에 관한 사항이 설명 의무 사항에 포함됩니다. 설명 의무는 단순히 이런 내용을 전달해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자가 상품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하였음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투자자 확인은 반드시 서명, 기명 날인, 녹취, 전자우편, 우편, 전화 자동 응답 시스템 등의 절차를 통해 받아야 합니다.

불완전 판매는 어떻게 방지하나요?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분쟁은 단기 실적을 올리려는 판매 직원의 욕심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고객의 부주의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칙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free lunch)"는 것입니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는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위험을 수반합니다. 고객은 해당 투자의 위험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그 정도가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이해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판매 직원의 설명을 신중하게 듣지 않거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서명을 하면 법적 책임의 상당 부분을 투자자가 지게 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기대수익률

금융 투자 상품의 기대 수익률(expected rate of return)은 투자 대상에 따라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으로, 확률적인 수치를 말합니다. 미래에 실현될 실제 수익률(actual rate of return)과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통상 기대 수익률이 높을수록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큽니다. 투자 시 기대 수익률과 함께 참고해야 할 수치는 해당 상품의 가격 변동성(variance)입니다.

변동성이 낮은 경우 실제 수익률과 기대 수익률의 차이가 크지 않고, 반대로 변동성이 높은 경우 실제 수익률이 기대 수익률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모닝플러스 홈피 점검으로 이번 주 퀴즈는 없습니다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이번 주 기사에 대한 퀴즈는 없습니다. 11월 1일(금) 오후 7시부터 11월 4일(월) 오전 6시까지는 모닝플러스 사이트 접속이 제한됩니다. 사이트 점검 작업 완료 이후 11월 6일(수) 오후 5시까지는 지난주(10월 25일자 B10면) 퀴즈에 계속 응모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 퀴즈 정답과 당첨자 명단은 11월 8일자 지면을 통해 공지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