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기업문화 중심에는 구글이 있다. 포스코는 구글의 기업문화와 업무방식을 벤치마킹하며 혁신의 대안을 찾았다. 포스코 고위 임원은 "철강업체 중 배울 곳은 없었다"며 "2년 전 협업·기술·스피드·개방성 등 구글의 기업문화에 매료돼 구글의 업무 인프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10년 구글을 연구하기 위해 포스피아(POSPIA) 3.0 추진실을 신설했다. 정보기획실도 구글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포스코 ICT팀과 협업하는 외부업체까지 총 200여명이 4년간 구글을 연구했다. 연구 성과에 기초해 포스코는 지난해 자사 업무시스템 '스마트워크플레이스(SWP)'를 내놨다.

구글 프로젝트는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업무효율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SWP가 소문이 나면서 외부 기관까지 포스코 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업, 정부, 언론사까지 SWP를 배우기 위해 서울 대치동 소재 포스코 사옥을 30여 차례 다녀갔다. 김동희 포스코 정보기획그룹 팀리더는 "구글보다 나은 포스코만의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년 11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오른쪽)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만나 구글 서비스의 활용과 양사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구글 성장성과 창업적 업무환경에 주목

쉿물 녹이는 회사와 인터넷 검색업체 사이의 융합은 언뜻 떠오르지 않는 발상이다. 포스코는 철강업종 특성상 '성장정체증'에 걸리다보니 해마다 20% 이상 고성장하는 구글이 부러웠다. 5년 전 구글의 시가총액은 포스코와 비슷했다. 현재 구글의 시장가치는 3368억2000만달러(약 355조원)로 포스코(약 28조원)의 13배까지 커졌다. "구글에는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이 포스코가 구글을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김동희 포스코 정보기획실 정보기획그룹 팀리더는 "포스코그룹은 수년전부터 구글의 성장동인을 연구했고 결국 답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포스코는 2008년부터 구글을 눈여겨 봤다. 포스코에게 구글은 별나라처럼 보였다. 구글 직원은 사무실에서 사내 식당으로 이동할 때 미끄럼틀이나 봉을 타고 내려갔다. 사옥 안에 사무실과 별도로 독서방, 휴게실, 까페테리아가 마련됐다. 직원 개인만의 휴게실과 독서실도 있다. 사무실은 우주, 차고지, 배, 비행기처럼 꾸몄다. 임직원이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가 곳곳에 설치됐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구글에 매료됐다. 포스코 임직원은 "정 회장이 구글에 제대로 꽂혔다"고 입을 모은다. CEO가 나서자 구글 배우기 프로젝트는 힘을 얻었다. 포스코는 2010년말 '포스피아 3.0 추진실'을 만들었다. 구글의 기업문화와 업무시스템을 연구하는 팀이 생긴 것이다. 나중에 정보기획실 정보기획그룹까지 힘을 보탰다. 추진실 인력 70여명과 정보기획실 30명, 포스코 ICT팀과 협업하는 외부 인력까지 200여명이 포스코 플래폼과 업무시스템을 연구·개발한다.

포스코는 구글을 본따 업무환경도 혁신적으로 바꿨다. 층마다 직원 개인공간인 포커스룸을 마련했다. 임직원은 이곳에서 아무 간섭받지 않고 혼자 앉아 뭔가에 집중할 수 있다. 회의실은 카페처럼 꾸몄다. E-러닝 시스템도 도입해 회계·경영·어학·인문·역사 등 과목을 수강할 수 있게 했다. 2011년 하반기 스마트오피스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의 지정 좌석를 없앴다. 직원은 그날 작업량, 기분, 업무 스타일에 따라 좌석을 골라 앉을 수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비즈니스 캐주얼을 원칙으로 복장 규정도 변경했다.

지난 4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각각 서울 포스코센터와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MTV) 본사에서 '구글플러스 행아웃'을 통해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 "스마트워크플레이스, 구글 프로젝트의 최고 걸작"

포스코 연구팀의 최고 걸작은 SWP다. SWP는 포스코의 업무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SWP은 인사자료(부서·담당·업무·이력), 관심사, 전문성 등 임직원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회사 내 아이디어, 지식, 정보도 타 부서와 공유돼 소통·협업을 원활하게 했다. SWP 덕에 월 평균 1만5000건의 아이디어와 지식이 공유된다. 성과평가 시스템도 소통·협업을 유도하게 바꿨다. 업무 당사자뿐 아니라 협업·지원을 한 임직원까지 기록에 남겨 인사 평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지영 포스코 정보기획실 정보기획그룹 매니저는 "컴퓨터 영상회의가 월 3000회 이상 이뤄지고 온라인 소통으로 원거리 출장은 14%가 줄었다"며 "개인 업무를 공유하는 비율이 5배 정도 늘면서 문서 인쇄량은 77% 감소했다. 종이 문서 보고 비율은 20%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동희 정보기획실 팀리더는 "SWP에는 포스코의 독창적 시스템이 담겼다. 구글에서 창안했지만 문서 클라우드 등 포스코의 독자 기술이 80%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강대원 한양대 수행인문학 교수는 "SWP는 구성원 간 업무 몰입도를 향상시켰다. 임직원이 전문지식을 공유하면 집단지성의 힘이 생겨 기업 전체의 역량 증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포스코는 SWP를 상품화할 방침이다. 내년 초까지 포스코 전 계열사로 SWP를 확장한 뒤 외부에 팔겠다는 계획이다. 김동희 팀리더는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SWP를 상품화할 계획이다. 여기엔 구글솔루션도 탑재한다"고 말했다.

◆ 포스코-구글, 벤치마킹 넘어 제휴까지

포스코는 벤치마킹에 만족하지 않고 구글과 적극적 제휴 관계까지 맺었다. 구글도 포스코가 필요했다. 구글은 한국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원했다. 한국 내 입지가 탄탄치 못한 탓이다.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다음 등에 밀려 수년째 3%를 넘지 못했다. 외국 기업이라 정부 규제의 표적이 된다는 피해의식도 있었다. 포스코와 구글은 2011년 11월 양사 핵심역량의 교류를 통해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요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영석 리언마케팅컨설팅 대표는 "구글이 삼성이나 현대차를 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과 어차피 모바일 사업에서 협업하고 있어 별도 제휴는 의미가 없다. 현대차는 보수적이라는 판단했을 것"이라며 "마침 정 회장이 구글에 빠져 있으니 양사는 어렵지 않게 제휴 관계를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구글과 제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포스코는 지금 설비·물류·환경·에너지·안전 등 분야에서 구글의 검색·지도·3D 등 IT기술과 솔루션을 활용해 미래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