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외출 대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인테리어와 홈패션 상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뚜렷한 경기회복 신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리빙패션’ 상품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전체 매출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리빙패션 관련 상품군 매출은 뚜렷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홈파티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면서 집에서도 레스토랑 느낌이 나게 차려 먹는 ‘홈스토랑’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액자, 거울, 시계, 방향제 등이 속한 ‘홈데코 상품군’은 지난해(40%)에 이어 올해도 전년대비 매출이 39% 증가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롯데백화점 매출 성장률이 기존점 기준 전년대비 4.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특히 특정공간에 향을 내는 향초와 방향제 등은 매년 2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집안 분위기를 간편하게 바꿀 수 있는 화장대, 조명, 액자 등을 포함한 ‘소품가구’도 인기다. 소품가구 상품군은 전년대비 매출이 8.7% 증가했다. 집에서 편안하게 입는 옷인 ‘홈패션’ 제품도 올해 매출이 전년대비 7% 증가했다.

특히 10월 세일 기간 중에 백화점 전체는 전년대비 매출이 4.5% 늘어났지만, 홈데코·소품가구·홈패션 등 리빙패션 상품군은 18.5%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품하나로도 집안 분위기와 향을 바꿀 수 있는 제품에 고객들이 관심이 많다”며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에서도 리빙패션 상품군이 인기다.

현대백화점 경인지역 8개 점포 또한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개인용 나이프, 포크, 와인잔 등 개인 식기용품 판매가 전년대비 24.9% 늘었다. 와인쿨러, 와인마개, 와인 스탠드 등 와인 관련 소품 판매도 35.1% 늘었으며 침구류 매출도 20.1%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9층에서 고객들이 디퓨저를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9월까지 백화점 매출 성장률이 기존점 기준 3.7%인데 반해 리빙패션 상품군은 매출이 전년대비 6~34% 급증했다. 올해 와인스탠드, 디퓨저, 시계 등이 속한 홈데코 상품군과 인테리어 가구 상품군은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18%, 6% 증가했다. 두 상품군 모두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마이너스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서는 매출성장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식기류, 식탁보, 와인잔 등을 포함한 테이블웨어는 매출이 전년대비 13.7%, 호텔침구류는 전년대비 33.2%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해외여행 경험자들이 늘어나고 도심속 호텔내 휴가 즐기기 등이 유행하면서 호텔 침구에서 느낄수 있는 편안함을 집에서도 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났다”며 “과거에는 꽃무늬 등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제품이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하얀색에 구스다운(오리 털) 침구류가 인기다”고 말했다. 이어 “식기류는 색감이 화려하면서도 무늬는 단순한 북유럽 식기가 올해도 인기”라며 “가구는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 가구와 단순한 디자인의 화려한 색으로 포인트를 준 가구들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홈데코, 식기류 관련 매장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백화점을 방문하는 주 고객층인 30~40대 주부들 사이에서 집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