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머리카락 재생법을 미국과 영국의 연구진이 개발했다. 모낭(毛囊) 세포를 복제해 피부에서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게 하는 방식이다. 모낭은 머리카락 뿌리를 둘러싼 주머니 모양의 세포로, 여기서 머리카락이 자란다. 지금까지는 탈모(脫毛)를 늦추는 약물이나 다른 곳의 머리카락을 숱이 없는 곳에 옮기는 모발 이식법이 있었지, 사람의 모발을 재생시킨 것은 처음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병원과 영국 더럼대 공동연구진은 "모낭 밑의 모유두(毛乳頭) 세포를 몸 밖에서 증식하고, 쥐에 이식한 사람의 피부에 주입해 모낭과 머리카락을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현지 시각) 밝혔다.

모낭은 아랫부분이 동그랗게 튀어나와 있는데, 그 가운데가 젖꼭지처럼 솟아 있는 모유두 세포다. 40여년 전 과학자들은 모유두 세포를 배양한 뒤 쥐의 피부에 이식해 모발을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람 피부에서는 이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 연구진은 세포 배양법을 바꿔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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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7명의 탈모 환자 뒷머리에서 피부조직을 채취, 모유두 세포를 골라냈다. 이를 영양분이 든 배양액과 섞어 배양 접시에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발상의 전환은 다음 단계였다. 연구진은 배양 접시를 거꾸로 해 세포가 들어 있는 용액 방울이 아래로 매달리게 했다. 연구진은 이를 '3D(3차원) 배양법'이라고 불렀다. 기존에는 세포들이 옆으로만 늘어났지만, 거꾸로 매달린 용액 방울에서는 인체 내부에서처럼 상하좌우로 증식해 공 모양 덩어리를 이뤘다.

연구진은 용액 방울 10~15개씩을 사람 피부조직에 주입했다. 생쥐에 피부조직을 이식한 지 6주가 지나자 7마리 중 5마리에서 건강한 모낭 세포가 자라났다. 일부에서는 짧은 사람 머리카락까지 자랐다.

세포를 주입한 피부는 원래 털이 나지 않는 곳이었다. 이는 대머리에서도 다시 머리카락이 나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탈모 환자가 자신의 세포로 건강한 모낭 세포를 만들어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3D 배양법이 성공의 핵심임이 입증됐다. 기존 방법으로 키운 세포에서는 약 4000개의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았다. 3D 배양법으로 키운 세포에서는 이 중 22%가 다시 작동했다. 그 안에 모낭과 머리카락을 재생시킨 핵심 유전자가 들어 있다는 말이다.

탈모 치료제나 예방 샴푸 등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에서만 지난해 4조원대에 이른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의 래드히카 아티트 교수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탈모 관련 시장에서)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상(火傷) 환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실제 남녀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머지않아 시작될 것"이라며 "모낭 세포를 재생시킨 근본 물질을 찾아내 크림처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신약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