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SK C&C 사옥에선 매일 오후 5시 55분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사내 방송이 시작된다. 사내 DJ(디스크 자키)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를 소개하거나, 정철길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잡고 "일찍 귀가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재촉한다.

최근 임직원에게 정시 퇴근을 권장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직장과 가정생활의 조화를 통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해당 기업 직원들은 "가족과 보내거나 자기 계발에 쓰는 시간이 늘어났다"며 환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달 들어 매월 2·4주 수요일에 모든 직원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플러스데이(plus day)' 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다. '휴식을 통해 직장과 가정에 활력을 더한다'는 의미다. 플러스데이가 최초로 실시된 지난주 수요일(16일)엔 인사팀 직원들이 사무실을 돌며 퇴근 여부를 점검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올 들어 월급일인 매달 25일 오후 6시에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사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또 사업본부별로 '가정의 날'을 지정, 모든 임직원이 오후 5~6시 퇴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퇴근 시각 이후 사내 전산망 접근을 차단해 퇴근을 강제하는 대기업도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8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에 전산망 전원을 내리는 '홈런(home-run)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부서의 퇴근 시각인 오후 6시부터 '전산망이 곧 꺼진다'는 경고를 내보낸 뒤 30분이 되면 전원을 차단해 업무를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하반기부터 '야근 추방 운동'을 통해 오후 7시 이전 퇴근을 강제하고 있다. 야근이 잦은 부서의 명단을 사내 전산망에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물론, 야근이 잦은 부서의 임원에 대해선 성과급 삭감 등 인사상 불이익도 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