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계 주요 5대 통화국인 호주와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게 되면 원화의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과거 금융위기 때 달러 엔 등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최근 자원부국들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무역결제를 원활히 하고,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무역 결제시 각국의 화폐로 결제할 경우 환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달러화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 전문가들 "국제 통용력 지닌 '호주달러화' 스와프 추진 의미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이달 들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로 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비주류 통화지만 호주는 다르다"며 "국제적인 통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호주달러화의 글로벌 외환시장 거래량(약 9%)은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에 이은 5위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호주달러화는 원자재 시장 호황기에는 글로벌 안전자산에 포함됐을 정도로 보유 가치가 있는 통화"라며 "특히 선진국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달리 위기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호주와의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유동성 보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로 통화스와프 체결은 무역 결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호주는 올 상반기 기준 중국, 일본,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에 이은 우리나라의 6대 수입국이다. 같은 기간 총수입에서의 비중은 4% 가량을 차지한다.

◆ 자원부국과 잇단 통화스와프 …이달 들어 인니ㆍUAEㆍ말련 3건

정부는 지난 13일 인도네시아와 10조7000억원/115조 루피아(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우리나라와의 교역규모 ▲부존자원 ▲성장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적으로 통화스와프를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UAE, 말레이시아와 각각 조8000억원/200억 디르함, 5조원/150억 링깃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이 이어졌다.

통화스와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의 금융 협력을 공고히 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태윤 대외경제연구원 동남아팀장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교역 비중이 각각 8위, 17위로 큰 국가"라며 "이런 협력 체제가 아세안(ASEAN) 전체의 금융 안정에 기여한다면 우리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경우 ‘ASEAN+6(한ㆍ중ㆍ일ㆍ인도ㆍ호주ㆍ뉴질랜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다.

◆ 큰 실익은 어려워 …원화 국제화 보폭 확대로 이해해야

자원 부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무역 결제에서 원화의 사용을 확대해 원화 국제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최근 잇따라 통화 스와프를 추진하는 국가들운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로, 아시아 역내에서 원화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연구위원도 "최근 통화스와프 체결 추세는 원화 국제화의 첫 걸음마 단계로 해석하면 좋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고, 교역상대국과의 안정적인 통화 교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의 통화스와프와 비교하면 얻는 실익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자원에 대한 수출입이 좀 원활해지는 등의 효과는 직접적이라기보다는 간접적인 효과"로 "예를 들면 앞서 체결한 중국과의 위안화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무역 결제는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