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히 솟은 콘크리트 주탑(主塔), 그 사이에 강철 케이블이 치렁치렁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케이블을 따라 공중에 위태롭게 달린 '캣워크(catwalk·공사용 구름다리)' 위를 인부들이 공중곡예 하듯 걸어 다녔다. 캣워크의 높이는 지상에서 150~200m. 보기만 해도 아찔하지만, 이들은 "자주 걷다 보면 평지를 걷는 거나 비슷하다"고 했다.

국내 8번째 현수교(懸垂橋·suspension bridge)로 건설되는 울산대교 공사 현장.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이 대교는 지난달 30일부터 주(主) 케이블 설치 공사에 돌입했다. 공중 캣워크는 현수교 건설을 위한 핵심 시설이다. 캣워크는 공중에 섬처럼 떠 있어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불면 흔들림이 심해지고 자칫 인부가 추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운영이 중단된다.

울산대교는 길이 1.8㎞로,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동서(東西)로 갈라진 울산 공단을 하나로 잇기 위해 만드는 다리다. 총 공사비 5398억원이 들어가는 대공사이다. 이 대교 건설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3가지 첨단 토목기술·공법이 적용됐다.

이 현수교는 18m 길이 다리 상판(上板) 64개를 이어붙였다. 보통 다리는 이 상판을 교각(橋脚)이 떠받치지만, 현수교는 촘촘히 늘어뜨린 케이블이 상판을 잡아 지탱한다. 세계 최초 현수교는 뉴욕 브루클린 다리(1883년 완공)이며, 국내에서는 남해대교(1973년)가 처음이다.

울산대교는 1.8㎞ 길이의 주 케이블을 다리 양쪽에 단단히 고정하고 우뚝 솟은 양쪽 주탑 위에 걸친 다음, 주 케이블 중간에서 행어 케이블이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이 행어 케이블이 다리 상판이 아래로 내려앉지 않도록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울산대교가 내세우는 첨단 기술은 바로 이 케이블에 있다. 지름 5.4㎜ 강선(鋼線) 127가닥을 한 다발로 묶어 육각형 지름이 7.1㎝인 제품으로 강도가 1960㎫(메가파스칼·1㎫은 단위면적 ㎠당 10㎏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이나 된다. 지금까지 세계 최강이었던 이순신대교나 일본 아카시대교의 강선 강도 1860㎫를 뛰어넘었다. 강병섭 울산대교 감리단장은 "강선 1가닥이 4.5t가량을 지탱한다"며 "자동차 2대가 전속력으로 당겨도 안 끊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울산대교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또 하나의 공법은 '조립식 평행선 스트랜드(PPWS)'. 전에는 강선을 1가닥씩 주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매달았다. 1가닥 얹는 데만 1시간씩 걸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예 공장에서 127가닥을 다발로 묶어 운반한 뒤 주탑 위에 바로 얹는 방법을 택했다. 케이블을 얹는 시간이 이전의 127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케이블을 다리 양쪽에서 고정해주는 앵커리지도 국내 최초로 터널식을 사용했다. 지금까지는 거대한 콘크리트 지지대를 만들고 그 안에 케이블을 꽂는 '중력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염포산에 77m 깊이 동굴을 뚫고 그 안에 지지대를 건설했다. 오는 2015년 5월 개통하는 울산대교는 현재 공정률 64%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