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외국계를 제외한 자동차업체는 현대차와 기아차 밖에 없을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라오스에서 한상(韓商)기업인 코라오홀딩스는 자체 브랜드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판매하는 모델도 늘릴 계획이다.

코라오홀딩스는 코라오의 자체 자동차 브랜드 ‘대한(DAEHAN)’에서 새롭게 1톤 트럭 1종, 2.5톤 트럭 1종, 픽업트럭 2종을 내년 상반기까지 출시한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이로써 코라오홀딩스는 8월 말 판매를 시작한 1톤 트럭 ‘대한 D-100’과 함께 총 5종의 자동차 모델을 갖게 된다.

코라오홀딩스의 자체 브랜드 자동차는 반조립제품(CKD)이다. 대한의 1톤 트럭 D-100은 중국 충칭CAKY의 1톤 트럭 ‘수아이바오’를 기본으로 현대위아(011210)의 엔진을 얹고 라오스 사정에 맞는 편의장비를 갖췄다.

라오스에 중고차를 수입해 파는 사업이 주요 업무 중 하나였던 코라오홀딩스는 지난해 3월 라오스 정부가 중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해 타격을 받았다. 대신 직접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 생산에 나섰다. 코라오홀딩스는 15년간 라오스에서 중고차를 개조해 판매한 경험이 있고, 핵심부품인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한국산을 사용해 차의 품질도 믿을만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 제작한 1톤 트럭은 지난달 총 250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내 2000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안착에 힘입어, 코라오홀딩스의 주가는 자체 브랜드 차량을 출시한 8월 30일 이후 12일까지 14.11% 상승했다.

코라오홀딩스의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90억원, 2분기 107억원을 기록했지만, 중고차 판매 중단에 따라 3분기 69억원, 4분기 29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도 77억원, 2분기는 8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적었다. 김동양 연구원은 “3분기부터는 중고차사업 중단에 따른 영향이 사라졌고, 자체 신차 판매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 라오스에서 인기인 픽업트럭 생산에 나선다는 점도 호재다. 라오스에서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56%가 픽업트럭일 정도로 인기지만,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시장의 79%를 장악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픽업트럭 모델이 없어 이 시장에서 대응을 못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오스인에게 픽업트럭은 생계수단으로 인기 차종”이라며 “내년에 출시될 코라오의 픽업 트럭은 가격이 중국 브랜드보다도 저렴한 2만2000달러 이하로 책정될 예정이어서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픽업트럭은 가격이 3만3000달러로 높다. 김 연구원은 “픽업트럭과 1톤 트럭에 힘입어 CKD사업부의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29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오스에서 자동차는 지난해 3만8245대 팔렸다. 판매대수는 적지만 시장 규모는 지난 3년간 연평균 18% 성장했고, 앞으로 3년간 연 평균 15%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할부금융업에 진출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코라오홀딩스는 우리나라 금융회사와 50대 50으로 투자해 자동차할부금융 자회사를 설립해 내년부터 자동차 판매를 지원할 방침이다. 자동차는 품질,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후발주자의 한계로 판매가 부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할부금융은 선발업체다.

오세영 코라오홀딩스 회장은 2008년 인수한 현지 최대 민간은행인 인도차이나은행에서 자동차 할부를 하고 있다. 2009년 출시된 이 은행의 할부 상품을 이용하면, 차 값이 30%만 내면 나머지 금액은 3~5년간 나눠 갚으면 된다. 현재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55%가 할부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김진우 연구원은 “수요는 더 많지만 인도차이나은행의 여신한도가 부족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할부금융사가 출현하면 차량 판매에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