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0.2%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및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등 대내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8%로 유지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0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다섯달째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김 총재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석 달만에 바뀐 것에 대해 "IMF가 전 세계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는데 우리만 유지하려면 우리 특유의 요인을 찾아야 한다"며 "대외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바꿀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총재는 "한은은 GDP 갭이 당분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이는 한 나라의 성장 능력 만큼 성장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라며 "문제 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처럼 경상수지가 19개월 연속 흑자인 나라도 전무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 내년 2.5%로 지난 7월 전망치보다 각각 0.5%포인트, 0.4%포인트 하향조정됐다. 현재 물가 상승률이 한은이 중기물가목표(2.5%~3.5%)를 밑돌고 있지만 내년에는 GDP 갭이 축소되면서 목표 하단에는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부채 협상 리스크에 대해서는 "대부분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며 "다만 (자본 흐름이) 예전 자료에 의거해서 일방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대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IMF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국가로 우리나라와 호주 캐나다를 거론한 점도 언급했다.

김 총재는 들어오는 자금을 어떻게 막는가는 우선적으로 고려될 게 아니지만, 얼마만큼이 투기 자금인지는 정확히 추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자금을 막는게 거시건전성 등 규제라면서 "건전한 자본이 수요와 공급 양 쪽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