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 2000선이 펀드 환매 기준선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환매 바람에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는 펀드가 있는데 바로 배당주 펀드와 선진국 펀드, 일부 대형주 펀드이다. 이 펀드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안정성'. 국내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챙기고 해외에서는 경제력이 탄탄한 선진국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배당주·선진국·대형주 펀드로 올해 4조원 순유입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배당주 펀드 43개로 5125억원이 순유입됐다.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에는 올해 6821억원이 들어와, 배당주 단일 펀드 최초로 설정액 1조원을 넘어섰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배당주 펀드도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산군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위험도가 높은 편이지만, 배당금으로 연 3~4% 수익을 내고 시세 차익은 플러스알파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 중 북미 펀드와 일본 펀드로는 각각 1428억원, 1214억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유럽 펀드에는 460억원이 순유입됐다. 일부 국내 인덱스형 대형주 펀드 103개로는 올해 3조3328억원이 들어왔다. '삼성KODEX2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과 '미래에셋TIGER2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으로 각각 5267억원, 5120억원이 들어왔다.

김현주 하나은행 PB팀장은 "올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신흥국 펀드에서 선진국 펀드로 갈아탄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목받던 중소형주 펀드 역시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경제 회복에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형주 펀드가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도 좋은 펀드 삼총사

배당주 펀드는 올해 7% 넘는 수익을 내며,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0.1%)을 크게 웃돌았다.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C'와 '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주식)'은 13~17% 수익을 냈다.

선진국 펀드 역시 상당히 선전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0.6%대로 저조한 가운데, 일본 펀드와 북미 펀드는 올해 각각 32%, 23%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유럽 펀드는 14%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별 펀드 중에서 '피델리티미국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A'와 '하나UBS일본배당증권투자신탁 1[주식]', '템플턴유로피언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 A'는 21~40% 수익을 냈다.

외국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8일 연속 순매수하면서 대형주 펀드도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대형주 펀드는 11.4% 수익을 내며,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8.8%)을 앞섰다.

안정 추구 성향은 계속될 것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5년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와 미국의 신용 등급 하락 등 증시에 타격을 주는 크고 작은 이슈를 겪으면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 2000선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지속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50선을 넘어서길 기다리기보다, 적당한 수익에서 만족하고, 자금을 빼는 것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자금이 몰리는 펀드를 보면 안정성을 강조하는 상품이 대다수이고 앞으로 이런 기조가 상당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