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응 코세라 공동설립자가 ‘스카이프’를 통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여러분, 내 인생을 바꾼 교수님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대학교 1학년 때 나의 은사님은 철없던 제 질문을 언제든지 받아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은 어떻게 그렇게 하셨을까 지금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교수의 역할은 ‘무크(MOOC)’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7일 조선비즈와 경희사이버대학교가 공동주최한 특별세미나 ‘고등교육의 혁신과 미래’에서 앤드류 응(Andrew Ng) 코세라 공동설립자(스탠퍼드대 교수)는 “고등교육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받아야 하는 인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MOOC) 시대가 열리더라도 멘토 역할을 하는 교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응 교수는 미국 현지에서 인터넷 화상 통화 서비스 ‘스카이프’로 세미나에 접속, 기조 연설했다. 응 교수의 기조 발표 이후에는 어윤일 경희사이버대 특임 교수,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류현정 조선비즈 기자가 토론 패널로 참가했다.

응 교수는 2012년 4월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 무크(MOOC)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코세라(Coursera)를 다프네 콜러(Daphne Koller) 스탠포드 교수와 공동으로 창업했다. 코세라는 전세계 87개의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은 현재 세계 최대 무크 플랫폼이다.

연결지성포럼 현장의 모습

응 교수는 “무크가 단순히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강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코세라의 경우, 실제 대학 교육 과정에 퀴즈와 과제를 부과하고 엄격한 평가 과정을 거치며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수료증까지 발급한다는 것이다.

응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의 경우에는 학생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코드를 입력하도록 한다”며 “학생이 실습을 통해 정답에 이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문학, 철학 등 인문학 수업도 무크로 진행할 수 있을까. 그는 “에세이로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 담당 교수가 수천 명 에세이를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강생이 다른 수강생을 평가하는 ‘동료 평가(peer-grading)’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코세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료 간 평가 점수는 담당 교수와 조교가 한 평가 점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신뢰도가 높고 수업 참가율과 수료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 교수는 “학생들이 서로 제출한 과제를 돌려보고 평가하면, 다른 학생들이 어떻게 과제를 했는지 살펴볼 수 있어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 된다”면서 “동료 평가가 단순한 과제 평가 수단이 아니라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세라는 인증서 발급 시스템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령 신분증과 사진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키보드 입력 패턴과 속도를 인식해 본인은 확인하는 ‘시그네처 트랙(signature track)’이라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키보드 입력도 지문이나 필적(筆跡)처럼 본인 확인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코세라는 수료증이 필요한 학생의 경우 60~69달러를 받고 수료증을 발급해주고 있는데 현재 이 회사의 유일한 수익 모델이다.

패널 토론에서는 무크 시대는 결국 소수 엘리트 대학과 슈퍼 티쳐(Super Teacher)만 살아남는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응 교수는 무크가 대학교수들의 일자리를 빼앗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교수법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의에 쏟는 시간이 줄어들어 교수가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응 교수는 “무크를 강의에 활용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릴 경우에 학습 성취도가 30%나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무크 제작 비용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응 교수는 “콘텐츠를 제작할 때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필요한 서버 및 네트워크 비용은 콘텐츠 비용보다는 작다”고 말했다.

류현정 조선비즈 기자, 어윤일 경희사이버대학 교수

어윤일 경희사이버대학 교수는 “무크는 전반적인 교육 운동(movement)에 가깝다”면서 “기술이 나타나면, 공유, 소통, 협업, 집단적인 행동 등 4단계로 사회 변화를 이끌게 되는 데 한국 대학도 무크 흐름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에서도 무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나도 실제 수업에서 무크를 활용하고 있다”며 “무크가 학점으로 인정받게 된다면 대학 교육 패러다임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응 교수는 “훌륭한 교육을 보편적인 인권으로 만들기 위해 세미나에 참석한 교육자들이 용기를 가지고 무크 운동에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