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렇게 끝송이(송이 철이 끝날 때 나는 것)가 올라오고, 큰일이네."

지난 27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월리의 송이산(송이가 나는 야산). 목장갑을 낀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송이를 찾던 심마니 이상권씨가 30여분 만에 송이를 찾았다. 찾은 송이는 길이가 짧고 갓이 살짝 퍼졌다. "30년 심마니 생활에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지금쯤이면 길고 갓이 모인 '첫송이'가 나와야 하는데 벌써 '끝송이'가 나오고 있네요. 올해 송이 장사는 망친 셈이죠."

이날 오후 4시 30분 '양양 자연송이 공판장'에는 심마니들이 송이를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들어왔다. 이날 1등급 송이 1kg이 낙찰된 가격은 58만6000원. 공판이 시작된 일주일 전보다 가격이 24%(11만3100원) 올랐다. 이근천 양양송이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최근 양양 전체에서 나는 1등급 송이 양은 하루에 4~5kg 정도밖에 안 된다"며 "작년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월리에 있는 송이산에서 심마니 이상권씨가 송이를 캐고 있다. 올해는 날씨가 가물고 태풍이 오지 않아 송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제철 맞은 송이의 작황이 좋지 않으면서 송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예부터 귀하다고 '금송이'라고 불린 송이가 최근엔 '다이아 송이'로 불린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2000년 이후 제일 적은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송이가 나지 않는 이유는 날씨 때문이다. 송이는 번식·재배 방법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인공 재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날씨가 작황을 좌우한다. 보통 송이는 아침저녁 일교차가 크고, 지표면 온도가 낮고, 흙이 수분을 많이 머금어야 많이 난다. 이 때문에 태풍이 오면 그해 송이 작황은 풍년인데, 태풍이 흙을 뒤엎어가며 수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태풍이 없었다. 늦여름 가뭄이 심했고, 일교차가 큰 초가을이 일찍 끝나 송이 작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송이버섯업체 한마음식품 최종익 대표는 "최근 이상(異常)기후로 가을이 거의 없어지면서 송이 작황이 좋은 해가 손에 꼽을 정도"라며 "태풍이라도 온 해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해는 작황이 엉망"이라고 말했다.

낙산사 화재로 알려진 2005년 양양읍 일대의 산불도 영향을 줬다. 송이는 젊은 소나무 밑에서 땅과 소나무의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하지만 산불로 소나무 등이 망가지면서 송이가 클 수 있는 환경이 나빠진 것이다. 최 대표는 "불이 난 산은 최소 5년 동안은 송이가 안 난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들어 가뭄으로 산불이 나는 횟수가 늘면서 송이가 나는 산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송이업자들을 힘들게 한 것으로는 '이른 추석'을 빼놓을 수 없다. 송이는 보통 백화점에서 1등급 1kg 기준으로 100만~130만원 정도에 팔린다. 이 때문에 평소 식자재로 팔리기보다는 '추석 선물'로 주로 나간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이 송이 철 전에 온 탓에 송이 '대목'을 놓친 것. 청와대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 송이를 납품했던 송이 전문업체 해성 KNS 이미옥 대표는 "올해는 여기저기서 달라는 송이 물량을 대지 못해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들어 중국 내 송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자연산 송이는 한국과 일본, 독일에서밖에 소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부자들이 송이를 찾으면서 양양 송이의 새 소비처가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