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모(32)씨는 대학 재학 시절 접었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1’을 최근 다시 즐기고 있다.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서버가 등장하면서, 미지의 서버를 정복하고 싶다는 서씨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접속해본 리니지1 커뮤니티는 어떤 세상일까. 서씨와 비슷하게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데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글로 넘쳐났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기존 서버와 달리, 신규 서버는 이용자들에게 신대륙이며,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휴면계정(일정기간 접속을 안 해 닫혀 있는 계정)을 깨우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다.

최근 게임 업계가 불황 극복을 위한 무기로 ‘업데이트’를 내세우고 있다.

신작 개발보다 적은 개발비와 인력·시간이 투입되지만, 잘만하면 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1년에 한번 정도 진행되는 대규모 업데이트 경우, 기업의 모든 개발자가 투입되며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리니지와 같은 MMORPG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할 경우,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할 만큼 수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인 리니지1은 올해 3월 기르타스 업데이트와 함께, 5월 50번째 신규서버인 ‘커츠’를 추가했다. 커츠는 최고 레벨을 55로 제한한 특화 서버로, 기존 이용자는 물론 신 서버를 차지하기 위한 길드(게임을 같이하기 위해 모인 그룹)나 기존 이용자들의 재접속을 불러왔다.

커츠 서버 업데이트 이후 리니지1의 방문자와 매출은 급증했다. 실제 서버 오픈 전, 캐릭터를 미리 만들어 놓은 사전캐릭터 생성기간(3일) 동안 약 8만명이 신규 캐릭터를 추가됐다.

업데이트 효과에 엔씨소프트는 게임 업계 불황에도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2분기보다 31% 증가한 19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엔씨소프트의 선방에는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리니지1이 견인했다. 리니지1의 2분기 매출은 84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리니지1은 월정액 2만9900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월정액 기준) 게임에 속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업데이트는 온라인게임의 연속성과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업데이트로 새로운 콘텐츠가 들어가면 기존과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어 진다”며 “매번 업데이트를 통해 효과를 보고 있으며, 지난해 업데이트 때에는 동시방문자수가 역대 최고치인 22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업계 역시 업데이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에 비해 그래픽이 단순하고 데이터 용량이 작아, 업데이트를 수시로 하는 경향이 있다.

CJ E&M은 추석연휴를 맞아, 주력게임인 모두의 마블, 몬스터길들이기에 대해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모두의 마블은 업데이트를 통해 ‘한국맵’을 신설했고, S클래스 등급의 카드를 공개했으며, 클래스 강화 시스템도 도입했다. 또 이용자 전원에게 이벤트 응모 시 다이아(게임내에서 화폐로 사용되는 아이템) 150개를 지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업데이트 이후 모두의 마블의 매출은 2배, 일일접속자수(DAU)는 105% 증가했다.

캐주얼 RPG인 몬스터 길들이기 역시 추석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접속자수가 약 30% 증가했고, 매출은 2배 정도 늘었다. 이용자들의 평규 플레이타임도 84분에서 104분으로 25% 증가했다. 특히 업데이트 이후 모바일 RPG로는 처음으로 일일접속자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추석연휴 특수에 맞춰,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이 매출·접속자수 증가에 큰 효과를 봤다”며 “업데이트를 할 경우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표시되면서, 일부 사용자는 업데이트 메시지를 보고 다시 게임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