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버지니아주 월롭 발사장에서 안타레스(Antares) 로켓이 우주로 솟아올랐다. 오비털 사이언스(Orbital Sciences)사가 만든 안타레스 로켓에는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갈 무인 화물선 시그너스(Cygnus)호가 실렸다. 스페이스X사에 이어 두 번째로 국제 우주정거장행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민간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바야흐로 민간 우주개발의 쌍두마차(雙頭馬車) 시대가 열렸다.

베테랑 대 벤처기업의 경쟁 구도

시그너스는 현재 지구 저궤도를 돌면서 국제 우주정거장과 도킹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당초 지난 주말 도킹할 계획이었으나 통신 장비 등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연기됐다. NASA와 오비털 사이언스는 25일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이 국제 우주정거장에 오는 것을 감안해 28일쯤 도킹을 재시도할 계획이다.

오비털 사이언스는 스페이스X와 비슷한 듯 다르다. 스페이스X는 전자 결제 업체인 페이팔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2002년 세웠다. 이에 비해 오비털사는 지난 30년간 인공위성을 수백 대 발사한 베테랑 우주 기업이다. 오비털사는 이달 초 NASA의 달 탐사선도 발사했다. 베테랑 대 벤처기업의 대결 양상인 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주정거장에 먼저 간 것은 젊은 스페이스X였다. 지난해 10월 스페이스X는 팰컨(Falcon)9 로켓으로 무인 화물선 드래건(Dragon)을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발사했다. 당시 드래건은 우주인을 위한 식품, 의류, 실험 장비 등 화물 400㎏을 전달했다. 첫 시험 발사 후 5개월 만에 정식 임무에 성공한 것. 시그너스는 이번이 첫 시험 발사이다.

우주 청소차 역할 맡은 시그너스

스페이스X는 시험 발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네 번 드래건 발사에 성공했다. 정식 임무는 두 번이었다. 회사는 앞서 우주정거장에 12회 화물을 전달하는 조건으로 NASA로부터 16억달러를 받았다. 오비털사는 8회에 19억달러를 받았다.

화물 적재량은 드래건이 6t으로 시그너스의 2.7t을 앞선다. 그런데도 오비털사가 돈을 더 많이 받은 것은 우주 공간의 활용도 차이 때문이다. 시그너스는 가압형 화물 적재 모듈이라 도킹 후 우주인이 바로 들어가 화물을 꺼낼 수 있다. 드래건은 로봇 팔로 꺼내거나 우주인이 우주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시그너스는 이번에 시험용으로 화물 700㎏을 싣고 갔다. 시그너스의 가압 모듈은 이탈리아의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사가 개발했다.

귀환 형태도 다르다. 드래건은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부린 후 화물 3t을 담아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우주 공간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나 우주인의 혈액, 소변 샘플을 실어 보낼 수 있는 것. 지구 재귀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인우주선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시그너스는 험한 일을 맡았다. 우주정거장을 떠날 때는 쓰레기 1.2t을 채워 지구 대기권에 돌진해 타버린다.

우주정거장 체류 시간 늘어날 듯

우주정거장으로 가는 우주선이 두 대로 늘면서 우주인의 삶도 달라질 전망이다. NASA는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러시아 우주선을 빌려 썼다. 두 민간 우주 기업이 화물 운송 경쟁을 벌이면 운송비가 떨어져 더 자주 화물을 우주정거장에 보낼 수 있다. 식품을 더 많이 공급받으면 그만큼 우주 임무 기간이 늘어나 다양한 우주 실험을 할 수 있다. 식품 외에 기타 같은 물건도 보낼 수 있어 우주 생활이 더 윤택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두 업체는 로켓과 우주선 개발에 NASA 지원비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우주정거장 화물 운송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는 것. 스페이스X사는 민간 업체인 비그로 에어로스페이스사가 계획 중인 민간 우주정거장 사업에서 화물 운송을 맡기로 했다. 이를 위한 드래건 시험 발사가 2015년으로 잡혔다. 드래건과 시그너스 우주선을 별도 우주 실험실로 쓰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행성 탐사도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다. 오비털사는 장차 달 기지에 화물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화성 왕복 여행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3년 내 유인우주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