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가 개장한 지 두달 보름이 지났다. 하지만 이달 들어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면서 중소·벤처기업간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코넥스 시장이 활기를 잃자 예비 상장사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 시장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6일 코넥스 거래대금은 4300만원을 기록, 지난 7월 1일 코넥스 시장 개설 이후 하루 거래대금 규모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량도 6000주를 기록, 개설 이후 가장 적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9일에는 거래대금이 2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개장 이후 7~8월 두 달간 일 평균 거래대금이 약 4억8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평상시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거래대금이 줄었다는 것은 증시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17일에는 거래대금이 1억1000만원으로 늘긴 했지만, 실제로 거래가 이뤄진 종목들은 전체 22개 가운데 13개에 불과했다. 절반 가까운 종목이 개점휴업 상태인 셈이다. 상장사 중 비앤에스미디어는 상장 이후 지금까지 단 이틀간만 거래됐다. 상장 이후 누적 거래대금이 3000만원 수준이다. 다른 상장사인 베셀은 5일 동안만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고, 거래대금은 1460만원에 그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보니 투자를 하려고 해도 코넥스 상장사들의 주가가 적정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투자자들이 호가를 활발히 내놔야만 주가가 신뢰받을 수 있는데, 거래가 끊긴 코넥스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를 믿고 투자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나마 이뤄지는 거래들이 특정 종목에만 쏠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 시장이 열린 이후 이달까지 누적된 거래대금 가운데 하이로닉, 랩지노믹스, 아진에스텍 세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김정주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 입법조사관은 "코넥스 시장에 투자할 만한 주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성장성이 확실히 기대되는 기업에 대해서만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며 "단순히 투자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원래 올해 안에 코넥스 시장 상장사 수를 50곳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개장 이후 신규 상장사는 힘스인터내셔널 한 곳에 불과하다. 상장심사가 진행 중인 곳도 테라셈과 엘피케이 등 4곳 뿐이다. 상장 심사에 보통 2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9월 중 서른 곳으로 늘리기도 힘들다.

한 코넥스 상장사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지정자문사에 주는 수수료와 상장 유지비용을 합치면 수천만원이 드는데, 이 돈을 들일 만큼 상장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