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에잇세컨즈 매장

-에잇세컨즈, 지오다노, 미쏘, H커넥트···토종파의 강남역 지키기 특명
-초대형 점포 사수 위해 재계약 잇달아···강남역은 소리없는 전쟁 중

국내 최고 수준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강남역 상권을 놓고 토종과 글로벌 SPA(제조일괄유통화의류) 브랜드의 소리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메인 스트리트의 초대형 점포를 모두 점령해버린 명동과 달리 강남역에서는 토종파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남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구 뉴욕제과 건물에 지난해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가 1600㎡의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로 깃발을 꼽았으며, 터줏대감 지오다노는 해외 브랜드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올 여름 재계약을 마쳤다. 이랜드의 미쏘 역시 재계약 후 매장을 3층까지 확장해 리뉴얼 오픈했고, 인근에는 H커넥트라는 신규 SPA 브랜드가 660㎡ 규모로 둥지를 틀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강남역 입성을 위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강남역과 명동 지역의 건물 평균 신축년도는 각각 1994년과 1963년으로 강남역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들은 명동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데다 건물의 평균 바닥면적 역시 명동에 비해 4배이상 크다. 이 때문에 강남역은 SPA 브랜드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상권이라는 평가다. 마케팅 활동 보다는 화려한 건물 외관과 다양한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넓은 매장 면적으로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대형 패스트패션 브랜드 특성상 좋은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 브랜드 운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 강남역 임대료 10년간↑, 상당수가 ‘억’ 대 매장

명동 지역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높은 임대료’를 무기로 주요 대형 점포를 확보했다면, 강남역에서는 국내파들의 ‘빠른 결정능력’이 해외 브랜드로부터 매장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경쟁력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해외 브랜드들이 본사 승인까지 오랜 시간동안 결제 프로세스를 거치지만, 국내 브랜드의 경우 강남역에 진행 가능한 물건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빠른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리금 등 해외 브랜드가 인정하지 못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것도 국내파의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 지하철 버스 등 대중 교통이 발달하여 주변 배후지로부터 인구 유입이 우수하고 ▲ 상권 내·외부에 영화관, 서점 등 대형 집객시설이 존재하며 ▲ 높은 유동인구와 ▲ 1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들이 많아 패션 상권으로서 매우 좋은 입지를 지닌다는 점 ▲ 상권 주변 대형 업무 빌딩이 포진해 있어 다수의 직장인들을 배후에 두고 있다는 점 등의 요소가 더해져 강남역을 ‘사수’하려는 SPA 브랜드의 총성없는 전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명동 대비 새 건물 & 넓은 평수, SPA 관심 이어져

강남역 매장 임대료도 계속해서 증가추세다. 세계적인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에 따르면 강남역의 임대가는 지난 2001년부터 10년 동안 2008-2009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한번도 내림세를 보인 적이 없이 꾸준이 증가 추세를 기록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역 대로변에 위치한 대형 점포들은 대부분 월 임대료가 ‘억’대를 호가하며 이들 중 일부는 3~4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강남역 상권은 명동 상권 등과 더불어 유동인구, 광고효과, 매출액 등의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으로 손꼽힌다”며 “지난해부터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까지 더해져 글로벌 브랜드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역 입성을 원하는 SPA 브랜드들이 아직 남아 있지만 플래그십 스토어로 사용 가능한 대형 면적의 건물 수는 한정적이라 강남역 상권을 둘러싼 SPA 브랜드들의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