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걸그룹 원더걸스(Wonder Girls)가 없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엔터)는 어떨까요. 최근 JYP엔터는 비상장법인 JYP와 합병했습니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는 ‘JYP엔터는 반쪽 회사’라고 평가해왔습니다. 소속 연예인들의 신분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JYP엔터에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이사와 걸그룹 미스에이(Miss-A)가 소속돼 있고, JYP에는 2PM, 원더걸스, 2AM 등이 소속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합병함으로써 JYP엔터라는 울타리안에 모두 하나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JYP엔터는 최근 열린 기업 설명회에서 ‘ONE JYP’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JYP엔터는 이번 합병으로 경쟁업체인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이하 YG)와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단 JYP엔터는 내년 목표 매출액을 557억원으로 잡았습니다. 업계 1위인 SM의 작년 매출액은 1686억원, YG의 작년 매출액은 1066억원입니다. JYP엔터는 기존 매니지먼트 이외에 드라마와 영화ㆍ뮤지컬 제작, 여행 사업 등을 추진해 볼륨을 키우겠다는 계획입니다.

인기 걸그룹 원더걸스.

하지만 JYP엔터가 고민하는 게 한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원더걸스 재계약 문제입니다. 여전히 매니지먼트가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소속 연예인의 재계약은 소속사 입장에서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원더걸스는 2007년 데뷔해 ‘텔미’(Tell me), ‘소 핫’(So Hot), ‘노바디’(Nobody) 세 곡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국내에 최정상 걸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원더걸스는 선예(민선예), 소희(안소희), 예은(박예은), 유빈(김유빈), 혜림(우혜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이 JYP엔터와 계약한 시점이 조금씩 다릅니다. 먼저 선예와 소희는 지난 2006년 12월 JYP엔터와 계약을 맺었는데 오는 12월 21일부로 계약이 종료됩니다. 예은은 2007년 1월에 계약을 맺었고, 내년 1월 25일 계약기간이 끝납니다. 유빈은 내년 9월까지이고, 뒤늦게 합류한 혜림은 2015년 2월까지입니다.

JYP엔터가 고민하는 건 원더걸스가 회사에 안겨준 수익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JYP엔터가 초창기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소속 연예인으로 원더걸스가 먼저 꼽힙니다. 과거 비상장법인 JYP의 소속사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원더걸스는 2010년 매출액 54억원(25.1%), 2011년 매출액 17억원(9.55%), 2012년 매출액 42억원(16.54%)을 기록했습니다. 원더걸스가 2010년 이전 활동이 전성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JYP 내 차지하는 당시 매출 비중은 50%를 훌쩍 넘었을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JYP엔터 측은 원더걸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JYP엔터는 합병 증권신고서에서 “원더걸스가 2011년 미국 진출 준비로 국내 활동을 줄였다”며 “이 때문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원더걸스가 JYP엔터에 긍정적인 영향만 준 게 아닙니다. JYP엔터는 원더걸스를 미국에 진출시키면서 미국법인(JYP Entertainment Incorporation.)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이 부진하면서 JYP엔터의 미국법인 역시 재무 상황(상반기 기준 자본잠식)이 악화했습니다. JYP엔터 측은 “미국법인이 원더걸스 활동 부진에 따른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JYP엔터 측은 원더걸스 재계약 여부에 논의된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재계약이 끝나 사실상 해체가 임박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원더걸스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별 활동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JYP엔터 측은 “아직까지 계약기간이 남은 만큼 향후 자연스럽게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원더걸스 없는 JYP와 원더걸스 있는 JYP, 합병 결정을 한 JYP엔터가 넘어야 할 첫번째 고비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