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매사에 치밀하고 꼼꼼한 나 사장은 회사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왔다. 그런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모든 일에 일일이 관여하다 보니 중요한 결정이 늦어지고, 엄청난 업무량에 건강까지 상한 것이다. 이에 나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일을 나눠줘 봤지만 그들의 성과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업무에 일일이 간섭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믿고 맡기기도 불안한 나 사장은 고민이다.

◇해결책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CEO(최고경영자)가 모든 일에 관여하기란 불가능하다. 작은 일까지 챙기다 보면 CEO가 정작 장기적 사업 방향 설정 같은 핵심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권한을 위임하고 나면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리더가 많다.

그 원인은 위임받는 직원보다는 위임한 리더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알아서 하겠지' 하고 손 놓고 있다가, 막상 결과물을 받아 들고는 기대와 다르다고 실망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 팔짱 낀 방관자가 되라는 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리더가 권한 위임을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네 가지 사항을 짚어줘야 한다. 바로 'M.O.R.E.'이다.

'M.O.R.E.'의 'M'은 Motivation, 즉 동기 유발이다. 직원들이 위임받은 일을 책임감 있게 완수할 수 있도록 시동을 걸어줄 필요가 있다.

지금 맡겨진 일이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본인의 성장에는 어떤 도움이 될지, 그리고 어떤 보상이 주어질지에 대해 말해줘야 한다. 가령 나 사장이 영업팀 박 팀장에게 신규 고객 유치 프로젝트를 맡긴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박 팀장, 작년 대비 30% 매출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 기존 고객 관리에만 집중해왔던 자네의 경력 관리에도 이 일은 큰 도움이 될 걸세. 다음번 승진 때도 큰 영향을 줄 거고."

둘째, 'O'는 방향성 제시를 뜻하는 'Orientation'이다. 권한을 주되 무엇을 중시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 즉 일의 우선순위를 짚어줘야 한다. 가령 나 사장은 박 팀장에게 "알다시피 우리 회사가 제일 중시하는 것이 '고객에 대한 신뢰'네. 새로운 고객 유치 과정에서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하고 말해 주는 것이다. 만약 이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박 팀장은 '신규 고객 유치'라는 성과에만 매달리게 돼, 과장 광고 등 고객의 불만을 부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렇듯 리더의 방향성 제시가 생략되면 결과물은 통제 불가능해진다.

셋째, 'R'은 'Resources' 즉 자원인데, 이는 위임받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무기와 총알을 주라는 것이다. 리더는 위임받은 직원이 사용 가능한 자원과 리더가 해줄 수 있는 지원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예컨대 "이번 일 관련 예산은 1억5000만원 정도네. 인원이 부족하면 영업관리팀에서 두 명 정도 지원받도록 하게. 그리고 고객사 대표를 만나야 한다든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청하고" 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중간중간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길잡이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넷째 'E' 즉 'Effective feedback(효과적 피드백)'이다. 중요한 것은 피드백이 잔소리나 간섭으로 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피드백을 하겠다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서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물어본다거나, 수시로 이런저런 평가를 내놓는다면 직원에게는 참견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피드백을 해 줄 시점과 횟수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피드백을 할 때에는 결과물에 대한 객관적 사실 기술, 그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표명, 피드백의 긍정적 의도 설명, 양쪽이 수용할 만한 해결책 제안 등의 순서로 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중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이번 달 신규 고객 확보는 목표보다 30% 미달했더군(사실 기술). 중간 성과가 이렇게 저조해 실망했네(생각이나 느낌). 목표를 재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군(긍정적 의도). 목표와 전략 수정 방향에 대해 초안을 잡아 나와 한번 이야기해 보는 게 어떻겠나?(해결책 제안)" 하고 말하는 것이다.

권한 위임의 덕을 가장 크게 보는 사람은 리더 본인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위임받는 직원들도 성장할 기회를 누리게 되고,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된다. 창조성은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는 리더가 직원들을 일일이 '통제'하는 데서 나오기보다는 직원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갖고 일에 '몰입'할 때 나온다. 직원들이 일에 몰입하게 만들려면 권한 위임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권한을 제대로 위임하는 리더가 회사와 직원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잊지 말자. CEO가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한계가 바로 기업의 성장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