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SK컴즈(SK커뮤니케이션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다음달 17일 출시 12주년을 맞이한다. 22일 현재 싸이월드의 누적 가입자 수는 2900만명. 한국인 10명 중 6명은 싸이월드 계정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때 경쟁자 없이 독주했던 싸이월드지만, 현재는 글로벌 SNS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정상을 빼앗긴 지 오래다. 2년 전인 2011년 8월 2088만명(PC 접속자 기준)에 달했던 싸이월드의 월간 접속자 수는 지난달 1116만명으로 반토막났다. 모바일 SNS 접속자 수는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은 물론 네이버 '밴드'에도 밀리고 있다. 열두돌을 앞둔 '국민 SNS'가 벼랑 끝에 서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 '모바일 대세' 못 따라 카카오스토리ㆍ페이스북에 밀려

26일 닐슨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싸이월드 모바일 버전의 순이용자 수는 275만명이었다. 1위 카카오스토리와 2위 페이스북이 각각 1752만명, 880명을 기록했다. 3위는 782만명을 기록한 네이버 '밴드'가 차지했다.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의 이용자 수가 증가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싸이월드 이용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4월 300만명 밑으로 떨어진 싸이월드의 월 이용자 수는 지난달까지 계속 200만명대를 유지했다. 반면 지난달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의 월 이용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0%, 41%씩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싸이월드가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변한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해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며 인터넷 이용 환경이 크게 변했는데도 PC 위주의 이용자 환경(UI)을 고집했다는 평가다.

PC를 기반으로 한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친구의 홈페이지로 이동할 때마다 새 창을 띄우는 것이 특징이다. 큰 화면을 갖춘 PC에서는 여러 개의 창을 열어놓고 이동하며 게시물을 열람ㆍ작성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는 창을 여러 개 띄우는 방식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다. 특정인의 미니홈피에 일일이 들어가야만 새 게시물을 열람할 수 있다는 점도 스마트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개편 전 모습(위)과 개편 후 모습(아래). 미니홈피에 접속하면 새 창이 뜨는 방식 대신 전체 화면을 활용해 페이스북과 유사한 구성을 채택했다.

이에 싸이월드는 2010년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친구들의 소식을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와 '좋아요' 기능과 흡사한 'C로그', '공감' 기능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PC에서 새 창을 띄우는 방식마저 포기했다. 미니홈피에 접속할 때마다 새 창을 띄우는 대신, 전체 화면을 활용해 페이스북과 거의 흡사한 화면 구성을 채택했다. 하지만 지난달 월별 접속자 수는 오히려 전월에 비해 52만명이 감소했다.

◆ 폐쇄형 SNS 출시 앞둔 SK컴즈, 싸이월드는 포기하나?

2011년 7월 발생한 싸이월드ㆍ네이트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고도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원인이 됐다. 당시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입은 사람은 3500만명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대응했다. SK컴즈는 올 2월 2882명의 피해자가 낸 집단 소송에서 패소, 한명 당 20만원씩 총 5억7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싸이월드의 가입자와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한 지는 이미 3~4년이 됐다"면서 "SNS는 유행에 워낙 민감해 한번 이용자가 이탈하면 다시 끌어오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싸이월드로 다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SK컴즈가 이르면 이번달 안에 출시할 새 SNS도 싸이월드에는 회사 내부의 위협 요소가 될 전망이다.

SK컴즈 관계자는 "가까운 지인들과의 교류를 더욱 강화한 폐쇄형 SNS를 빠르면 다음주 중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계속해서 서비스할 계획이기 때문에 기존 싸이월드 이용자들을 등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컴즈가 새로운 SNS를 출시하고 나면 싸이월드와 관련된 사업은 자연스레 축소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 SNS 업계 관계자는 "SK컴즈가 회사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싸이월드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겠지만, 싸이월드가 회복할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에 집중했던 역량을 신규 서비스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SK컴즈가 지난 2~3년간 쇠퇴해가는 싸이월드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폐쇄형 SNS를 출시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