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영화 한 편을 1분 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기존 LTE(롱텀에볼루션)보다 2배 빠르다'고 선전하며 소비자들에게 마케팅을 벌여온 LTE-A(어드밴스트) 서비스가 실제로는 선전 내용의 16% 수준밖에 안되는 느린 속도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들이 이론상 최대 속도를 마치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해 마케팅한 것이다. LTE-A는 각각 다른 주파수를 쓰는 2개의 LTE를 연결해, 이론적으론 LTE보다 2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술이다.

본지 취재팀이 23~25일 3일 동안 서울 강남역·대학로·신도림·북악산·잠실·홍은동 등 8개 지역에서 이동통신의 속도를 실측했다. 대상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3사의 LTE와 LTE-A다. KT는 LTE-A를 제공하지 않아 LTE 서비스만 측정했다.〈그래픽 참조

이동통신사들은 LTE-A가 초당 150메가비트(Mb)의 통신 속도를 낸다고 광고와 마케팅을 하지만, 실측 결과 초당 평균 25메가비트에 불과했다. 일부 지역에선 LTE-A가 LTE보다도 속도가 느린 경우도 있었다. '2배 빠른 LTE-A'라는 광고와 마케팅에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망(網) 투자에는 소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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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bit)는 숫자 '0'과 '1'로 연산하는 컴퓨터의 최소 기억 단위로, 숫자가 커질수록 데이터양이 크다는 뜻이다.

2배 빠르기는커녕 LTE보다도 느린 지역도 다수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TV 광고(CF) 등을 통해 LTE-A는 150Mb, LTE는 75Mb의 속도가 나온다고 광고한다. LTE-A는 2배 빠르다는 마케팅에 힘입어, 첫선을 보인지 두 달도 안돼 이용자 수가 50만명을 넘었다.

실측 결과는 통신사들의 광고·선전 내용과 달랐다. 8개 지역에서 각 10번씩 총 80번을 실측한 평균 속도는 LTE가 18~20Mb, LTE-A는 25Mb에 불과했다. LTE-A의 경우 이통사들이 선전한 속도(150Mb)와 비교해 16% 수준에 불과했고, LTE의 2배 속도이기는커녕 1.2~1.4배로 별 차이가 없었다.

LTE와 LTE-A 간 속도 차는 일부 지역(대학로·강남역 등)에선 크게 났지만, 전체적으론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LTE가 LTE-A보다 빠른 곳도 있었다. 예컨대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선 LTE가 LTE-A보다 무려 2~8배나 빨랐다. 6개 지역에서 이런 역전 현상이 발견됐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시간과 장소, 전파 환경에 따라 최고 속도가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서울과 84개 시에서 LTE-A 망을 깔았지만, 이는 실외 기준"이라며 "일부 빌딩 등 실내에는 아직 설치 안 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신도림 테크노마트엔 LTE-A 망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속이는 과장 마케팅에 매달리는 이통사

LTE-A와 LTE의 이론상 최고 속도는 인위적으로 최적의 실험실 환경을 만들었을 때 가능한 수치로, 실생활 환경에선 존재하기 어렵다. 이통사가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하는 이유다.

25일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측정한 LG유플러스 인터넷 속도가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 있다. LTE-A 다운로드 속도가 9.7Mbps(초당 메가비트·오른쪽 휴대전화 흰색 원 안)로, LTE(왼쪽) 속도 26.24Mbps보다도 느렸다.

그렇다고 150Mb를 실제로 구현한다고 해도 현재 스마트폰에서 이 정도 속도가 필요한 서비스는 없다. 가장 많은 데이터양을 쓰는 초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으로 보내주는 것)도 4~8Mb 속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통사들이 기술과 주파수를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기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고를 땐 디자인·기능·가격 등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지만,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중 하나를 선택할 땐 눈에 보이는 기준이 없다. 따라서 이통사들이 통신 속도를 차별점으로 내세우려고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속도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주파수 경매'에서도 이동통신 3사가 입찰가 경쟁을 펼치는 속내도 "경쟁사가 좋은 주파수를 확보해 더 빠르다는 광고전을 펼칠까 봐" 우려한 측면이 크다. 이통사들이 주파수 확보에 1조원 이상을 쓰면, 이는 통신 요금 부담으로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최병택 통신서비스기반팀장은 "다음 달부터 3달간 이통사의 통신 속도를 측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TE, LTE-A

LTE(Long Term Evolution)는 3세대 이동통신보다 인터넷 속도가 5배 이상 빠른 4세대 기술이다. 최대 속도는 초당 75메가비트다. LTE-A(Advanced)는 다른 대역의 LTE 주파수 두 개를 연결하는 기술로, 이론적으론 LTE보다 2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