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소비지출 0.7% 증가‥무더위에 에어컨 제습기 잘팔려 반짝 증가
-실질소비 작년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소득 5분위 배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저소득층 복지 증가 영향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계 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4년만에 처음 감소했던 가계의 소비지출이 2분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소비지출에서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비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증가율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처분 가능한 소득 중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소비성향도 9분기 연속 하락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3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3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7% 증가했다. 더위가 평년보다 일찍 찾아와 에어컨과 제습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이 지난해 2분기보다 9.1%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나 실질소비는 0.4% 감소했다. 실질소비는 지난해 3분기 0.7% 줄어든 이후 4분기(-0.3%), 올해 1분기(-2.4%)에 이어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소비 부진은 평균소비성향에서도 드러났다.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3.1%로 지난해 2분기(74.1%)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평균소비성향은 2011년 2분기부터 전년동기대비로 9분기 연속 하락세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정부의 영유아 보육료 지원과 유치원비 지원, 중학교 운영지원비 폐지 등 복지 정책에 의해 기타상품 서비스와 교육 지출이 많이 감소했는데, 이 요인을 제거하면 소비지출은 1.5% 증가했다"며 "소비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안 좋은 방향으로 가다가 약간은 좋아지는 방향으로 호전되기 때문에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세금이나 연금, 보험, 이자비용 등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은 75만3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4.1% 증가했다. 소득세와 자동차세 등 경상조세가 11만3000원으로 1.6% 늘었고 연금과 사회보험도 각각 4.5%, 5.3% 늘었다. 반면 이자비용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0.9% 줄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04만1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다. 가계 소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3.4%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1.3% 증가에 그쳤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328만7000원으로 2.1%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은 88만4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 보다 6.1% 증가했다.

소비 지출 12대 품목을 보면 영유아 보육료 지원으로 기타상품·서비스가 8.2% 감소했고, 주류·담배(-1.4%)와 통신(-1.4%), 보건(-0.8%)도 감소했다. 반면 여름철을 맞아 캠핑붐으로 오락·문화 지출이 3.2% 증가했고 가정용품·가사서비스(9.1%), 주거·수도·광열(6.5%), 식료품·비주류음료(1.1%), 교통(0.9%) 등도 증가했다.

올해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가처분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은 4.68배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소득 5분위 배율을 처음 작성했던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수치가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더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 분위별로는 2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3.3%로 가장 높았으며 1분위(1.2%)와 3분위(2.7%), 4분위(2.3%), 5분위(2.4%)도 모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