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51)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 채권부문 대표는 지난 26년간 '채권 투자'라는 한우물만 팠다. 25세 때 삼성생명 채권 펀드매니저로 출발, KTB 자산운용과 리젠트 자산운용을 거쳐 2001년부터 프랭클린템플턴에서 채권 부문 CIO(최고투자 책임자)를 맡고 있다. 지난 1년간 기준으로 그가 국내외 채권에 투자해 운영하는 글로벌 스트레티지 펀드는 비슷한 다른 펀드들 평균에 비해 2.26%의 초과수익을 냈다.

그는 머니섹션 M플러스 인터뷰에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당분간 부진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투자처로 브릭스 같은 이머징(신흥) 국가를 대신해 페루,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 프론티어 국가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나라들은 양적 완화(미국 등 선진국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양적 완화 축소에서 자유롭다"고 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와 투기 등급 기업에 대한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시니어론 펀드를 유망한 상품으로 꼽았다.

김동일(51)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 채권부문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프런티어 국가들의 투자 기회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아시아 신흥 국가들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뿌렸던 돈이 가장 많이 흘러들어 갔던 나라들이 아시아 신흥국가와 브릭스다. 그런데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니까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하면서 이 나라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중국의 '변화'다. 10%대의 고성장을 추구해오던 중국이 7~8%대 중성장을 추구하면서 브릭스와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수출이 그만큼 줄게 된다. 따라서 신흥국가들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키워 온) 생산 과잉, 설비 과잉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석유, 브라질·호주는 석탄과 철광석, 말레이시아는 철광석·주석·팜오일 같은 것들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호황을 누려왔다."

―앞으로 이 신흥국들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당분간은 어렵다. 워낙 과잉 설비가 많다. 그리고 지금 미국이 되살아난다고 하는데 이건 예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 경기 회복이 과거처럼 해외로부터 많은 양을 수입하는 쪽으로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엔 셰일 가스의 착시 현상이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 수입해 오던 기름을 자국 내에서 생산한 셰일 가스로 대체하면서 국내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이다. 해외로 나갈 돈이 국내에서 순환되면서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예전에 미국이 경기가 좋고 소득이 늘면 해외에서 수입을 많이 하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IT와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우리 수출 기업에 큰 도움은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의 대안은 없나.

"중국처럼 대량 소비를 해줄 대체 국가가 나타나야 한다. 인구가 많은 국가여야 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프리카가 해줘야 하는데, 앞의 세 곳은 상황이 어렵다. 굳이 말하라면 프론티어 국가들이 있다. 페루, 나이지리아, 베트남…. 이런 나라들은 양적 완화 자금이 안 들어갔기 때문에 빠져나갈 돈도 없다. 눈을 돌려서 그동안 소외되고 저평가돼 있던 쪽이 어디냐를 볼 필요가 있다."

―프론티어 국가는 시가총액이 너무 작은 증시여서 변동성이 커서 불안감이 있다.

"프론티어 펀드는 2007년까지 각광받다가 금융 위기 이후 완전히 소외됐었다. 지금은 다시 각광받는 상태로 보면 된다. 프런티어 국가들이 유망한 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인구가 10억이다. 근래 중국을 벗어난 공장들이 아프리카를 찾아간다. 대부분 저임금 국가들인데, 조립공장 하나만 세워도 GDP가 확 올라간다."

―채권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채권이 망하고 투자 자금이 주식으로 빠진다는데.

"큰 틀에서 채권 쪽에서 자금이 빠져서 주식 쪽으로 가고 있는 건 맞는다. 그런데 한쪽으로 돈이 완전히 쏠리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장 통계인데, 올 들어서 주식 부문에 1770억달러가 늘어났고, 채권도 400억달러 늘었다. '스마트 머니'가 움직이고 있다. 빠져나간 건 머니마켓펀드(MMF)에서 1120억달러, 원자재 부문 350억달러다. 미국으로도 1000억달러가 가고, 일본 시장으로도 350억달러 정도 들어갔다. 유럽 쪽에는 최근 서서히 늘고 있는데 65억달러 정도 갔다."

―채권으로도 돈이 들어온다면 어떤 상품 쪽으로 유입되는가.

"채권 쪽에선 미국 하이일드(비우량 회사채) 시장에 자금이 들어온 상태다. 또 미국 시니어론 펀드에도 돈이 몰린다. 시니어론 펀드는 하이일드 기업들에 담보를 잡고 대출해 줘서 수익을 올리는 펀드다. 금리는 하이일드보다 낮지만 부도 시 회수할 수 있는 회수율이 높다. 시니어론 펀드도 과거처럼 높은 금리는 안 나오겠지만 (수익률로) 4% 정도 기대하는 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국내 채권형 펀드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말인가.

"꼭 그렇진 않다. 최근 한 달만 해도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폭이 크진 않다. 개인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얘기하지만, 주식에 트라우마가 있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채권값이 떨어졌다고 주식으로 몰리진 않는다. 굳이 채권이 불안하다면 이전에 70~80%였던 채권 투자의 비중을 10% 정도 줄이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채권 투자가 잘 안 된다고 해서 자금을 100% 빼내서 주식으로 옮기는 것이다. 앞으로도 국내 채권형 펀드는 6개월에서 1년을, 해외 채권형 펀드는 최대 2년까지 내다보면서 장기 투자로 접근한다면 문제 없을 것이다."

―올해 하반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수익을 노리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올해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8%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내는 펀드는 기대할 수 없다. 해외 채권형 펀드가 잘나갈 때 10~20% 수익률 올리던 시대는 당분간 안 온다. 변동성을 줄이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채권형 상품에서는 4%대 수익이면 괜찮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