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시장주의자'를 강조했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지난 2007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당시 대한민국 집부자들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노무현 정부 당시 온갖 부동산규제가 등장하면서 집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폭탄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도 줄고, 집값도 다시 올라가겠지"

그러나 이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취임한 2008년 첫 해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꼽히는 '8·21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는 이들이 기대했던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물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도 그대로 유지하는 등 기대했던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낙동강 둔치에서 열린 낙동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8·21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냉랭하자 정부는 '9·19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2011년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뉴타운 15곳을 추가 지정하고, 도시 근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대책을 내놨다.

당시 집값이 하락 보이는데도, 대규모 공급을 통해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미스는 사실 이때부터 시작됐다. 규제를 풀어 집값을 안정시켜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공급을 늘리고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 헛발질을 계속한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대책 주무부서였던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도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강 살리기에 정부 협상력을 집중해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법안 통과는 지지부진해져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는 얘기다.

◆ 잦은 부동산 대책 발표로 내성만 키워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년 동안, 인수위 시절인 1월30일 발표된 '지방 투기지역해제 대책'을 시작으로 '6·11지방미분양 대책', '8·21 주택공급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 '9·19 주택공급정책', '9·23 대책' 등 8차례의 대책을 내놓았다. 각종 대책에도 시장이 약발을 받지 않자 이명박 정부는 임기 5년간 무려 27차례의 추가 대책을 내놨다.

정부 스스로 발표한 대책이 효과가 없으면, 추가 대책을 예고하면서 기존 대책을 무력화했다. 규제는 풀었으나 추가 대책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오히려 거래가 감소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DTI 완화 문제다. 2009년 9·7대책부터 시작됐지만, 정부는 DTI를 완화하면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2년여에 걸쳐 조금씩 DTI를 완화했다. 서울 강남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대책 역시 2008년 10·21 대책에서 첫 논의가 됐고 11·3 대책에서 소폭 완화가 됐으며 2012년 5·10대책에 와서야 완전히 해제됐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이명박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나 분양가 상한제 같은 것도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실패하고 자잘한 정책만 자꾸 내놓으니 정책에 대해서 시장은 내성만 생겼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권자가 부동산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3년 3개월 동안 국토부 장관을 지낸 정종환 전 장관은 당시 집값이 하락하자 "현재 집값이 5~10% 정도 빠졌는데 앞으로도 아마 좀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집값이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계속된 정책 실기…전세난에 기름 부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전·월세난도 전 정부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1년에도 전세난이 가중됐지만, 당시 국토부는 계속해서 전셋값 상승은 계절적이고 국지적 현상으로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다가 국토부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전세난을 해소한다며 갑작스레 소형주택 공급을 통해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당시 정 전 장관은 "전세난은 주택공급의 부족 때문"이라며 "임대와 소형주택의 지속적인 공급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정종한 전 국토해양부장관이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 발표에도 주택 임대차 시장의 불안은 가중됐다. 국토부는 전·월세 불안을 잡기 위한 대책을 그 후에도 2차례에 걸쳐 추가로 발표했다. 그러나 2011년 전국 전세가격은 12% 급등하며 '전세난민', '반전세' 등의 말을 만들어냈다. 또 1·2인 위주의 소형 주택을 양산하면서 정작 필요한 3·4인 가구용 주택 부족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 4대강에 집착하다 부동산정책 실기

이명박 정부 시절 국토부의 정책 초점은 부동산보다는 4대강 사업에 더 쏠려 있었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내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부동산 대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4대강 세종보

실제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법안 통과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상력이 부재에서도 드러난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2009년부터 추진해왔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5번이나 통과하지 못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도 부동산 매매를 활성화하겠다며 발표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협상력 부재로 결국 법안 개정을 못 해 시행하지 못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시행되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불확실성만 커지고 시장의 불신이 깊어졌다"며 "정부가 변동성을 줄이기는커녕, 추가 대책을 기대하게 해 거래를 미루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