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올 하반기 휴대전화 26종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2G·3G폰은 하나도 없고 모두 통신요금이 비싼 LTE와 LTE-A(어드밴스트)용으로 19일 확인됐다. 현재 국내 2G·3G 휴대전화 가입자는 전체의 57%인 3112만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통신사들은 소비자를 고가(高價) LTE 요금제로 내몰면서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는 70~80대 촌로(村老)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최신 LTE-A폰을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제조사 서로 "네 탓"만

통신사가 LTE폰만 출시하는 것은, 수익성 낮은 2G·3G 가입자를 비싼 LTE 요금제로 갈아태우기 위해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K텔레콤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LTE 가입자의 1인당 평균 매출(ARPU)은 일반 스마트폰 가입자보다 7000원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LTE 가입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통신 3사의 수익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통신사는 소비자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제조사도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SK텔레콤 고창국 상무는 "현재 2G·3G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고, 제조 업체도 스마트폰에 비해 수익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꺼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KT 김철기 상무도 "단말기 부품 시장이 LTE 위주로 재편되면서, 제조사들이 부품 수급이 쉽고 제작 단가도 저렴한 LTE폰 공급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다만 3G 수요가 있는 만큼 고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김남용 상무는 "시장과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2G·3G폰을 출시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통신사와 이뤄지는 관계에 대해선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서로 "네 탓" 공방만 하는 사이,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현재 2G·3G 가입자가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면서 최신 기기로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LTE폰으로도 3G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지만, 통신사들은 LTE폰을 구입한 고객은 반드시 LTE 전용 요금제만 쓰도록 강제하고 있다. 통신사 측에선 "3G 요금제를 계속 쓰려면 중고폰이나 과거에 출시됐던 3G폰을 구하는 수밖엔 없다"는 입장이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컴퓨터공학과)는 "통신사들이 LTE폰만 출시하는 것은 과거 3G 데이터 무제한으로 큰 낭패를 봤기 때문에 3G 가입자를 어떻게든 LTE로 이동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겉으론 고객을 위한다고 외치면서 이처럼 뒤로는 잇속만 챙기는 행태를 지속하다간 고객 신뢰를 크게 잃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사도 잦은 단말기 교체 부추겨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해 비싼 새 제품 구입을 부추기는 것은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올 4월 '갤럭시S4'를 출시하자마자 전국 삼성전자 모바일숍에 비치된 갤럭시S3의 폰커버 등 액세서리를 대부분 철수시키고 갤럭시S4용 액세서리로 채웠다.

갤럭시S3는 작년 5월 출시돼 국내에서만 4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지만, 신제품 마케팅을 위해 고객 편의를 제한한 것이다. 갤럭시S2처럼 출시 2년이 지난 휴대전화의 액세서리는 아예 전시조차 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시된 지 1년 정도가 지났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신제품 위주로 전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조사가 기존 소비자 수백만 명에게 불편을 주는 방식으로, 출시한 지 갓 1~2년이 지난 휴대전화를 구형(舊型)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통신·제조사들이 소비자 편익은 뒤로한 채 자사 이익만을 앞세우는 행태는 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사무국장은 "2G·3G 고객의 정당한 선택권을 위해 LTE처럼 다양한 단말기가 제공돼야 한다"면서 "안정적인 2G·3G 통신 품질을 위한 투자와 서비스 개발을 지속하는 것 역시 통신사의 당연한 의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