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Big data)는 현대사회의 ‘지름신(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신)’이다. 타켓(목표) 소비자를 선택하고 구매성향을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한다.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력이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박지우 KB국민은행 부행장)

“빅데이터가 활성화할수록 검색(search)이 아닌 발견(deplore)이 화두가 될거다. 빅데이터가 모든 문제의 해답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난수표 같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 즉 직관(insight)의 중요성이 커진다.” (임성우 서울시 정보시스템담당관)

지긋지긋한 장맛비가 이어지는 7월 말. KB카드 마케팅본부는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인 소셜 메트릭스 비즈 모니터링 시스템(Social Metrics BIZ Monitoring System)으로 ‘장마’의 연관어를 검색했다. 연관어 중 ‘헌터(Hunter)’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왔다. 내부 고객관리정보(CRM)에서 헌터의 작성자를 세분화했더니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역삼동 강남역, 삼청동에 있는 24~35세 미혼 여성에 집중됐다. 평균 월급 250만원 이상 오피스걸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런데 헌터가 뭘까.

헌터(Hunter Boot Ltd.)는 한국 여성이 선호하는 레인 부츠 브랜드다. 본사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있다. LG패션이 지난 2010년 국내 시장에 들여왔다. 국내 연예인과 할리우드 스타의 파파라치 사진에 등장하면서 여름철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궂은 날씨와 폭우 탓에 백화점 패션매출이 부진했던 7월에도 헌터는 700% 가까운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KB국민카드는 비 온 다음날 가로수길 커피숍에서 결제한 20~30대 여성 카드고객에게 헌터부츠 할인 판매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할 계획이다.

◆ 금융권, 빅데이터 마케팅 시동

KB카드는 내년 빅테이터 마케팅을 본격 도입한다. 이를 위해 12월까지 '실시간 마케팅 시스템'를 구축할 계획이다. KB카드는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올해 투입 예산만 50억원. KB카드는 현업 부서 5명, IT 인력 5명 등 총 10명을 충원했다. 협력사 LGCNS도 20명 이상을 지원한다.

KB카드는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한 지 1년 안에 매출이 3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박성수 KB카드 마케팅 부장은 “늦어도 2015년까지는 손익분기점(BEP)를 넘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빅데이터 프로모션 행사를 대거 풀어낼 계획이다. KB카드는 내년 빅데이터를 활용해 요식업종 가맹점 인증시스템인 혜담가이드2014를 출시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빅데이터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마케팅 활동에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할 방침이다. IBK기업은행은 빅데이터 서비스업체 LGCNS와 손잡고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KB국민카드와 비교해 기술 수준이 떨어지고 예산이 부족한 탓이다. 안동성 IBK기업은행 부행장은 “인력이나 예산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 LGCNS와 협력하는 간접방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외부 빅데이터와 내부 고객관리(CRM) 데이터를 결합할 계획이다. 안 부행장은 “빅데이터팀의 인력을 늘려 정식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개별 영업점이나 부서 차원에서 잠재고객에 대한 마케팅, 고객관리, 민원처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원: google.com

◆ 빅데이터 ‘핫 트랜드’ 관심도 전년 比 2배 ↑

18일 구글트랜드(google.com/trends)에 따르면 지난 7월 빅데이터의 검색어 지수는 73으로 작년 같은 기간(34)에 비해 두배 이상 높았다. 빅데이터 검색어 지수는 지난 6월 100으로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구글 검색어 지수는 빅데이터 기법으로 검색어를 분석해 1부터 100까지 점수를 매겨 산출한다. 수치가 클수록 웹 사용자의 관심도가 높은 것이다.

빅데이터는 가장 ‘핫’한 마케팅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빅데이터는 기존의 관리·분석체계로 감당할 수 없는 거대 데이터를 처리·활용하는 기술, 도구, 정보를 총칭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장과 기업 정보의 데이터화로 디지털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빅데이터의 개념이 등장했다. 과거 데이터(정보)가 흘러 지나갔다면 지금은 저장되고 분석된다.

기업의 핵심역량은 소비자 이해에 달렸다. 과거 물건을 만들어 3개월~1년 팔아봐야 소비자 반응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소비자 반응 정보가 실시간 쏟아져 나온다. 빅데이터 기술은 실시간으로 누리꾼의 의견을 분석해서 알려준다. 권미경 다음소프트 이사는 “무심코 남긴 글 속에 사람의 관심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정책 영역에서도 빅데이터는 폭넓게 활용된다.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빅데이터 기술에 기초한 교통정보시스템 개선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서울시 전역을 반경 1km의 1250개 구역(셀)로 나눈 뒤 유동인구와 교통수요를 산출했다. 분석 대상은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 KT의 휴대전화 송신 정보 30억건과 심야택시 승하차 데이터 500만건이다. 서울시는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노선을 조정하고 신규 노선을 만들어 5%가량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또 노인복지센터,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시설물 입지 선정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임성우 서울시 정보시스템담당관은 “빅데이터에 담긴 공공시설 이용자의 거주지역과 동선을 파악해 (시설 입지 선정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다산콜센터에 접수된 음성 민원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고 패턴화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임성우 담당관은 “2년 전 국가권익위원회에서 문서로 접수된 민원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적 있다. 서울시는 음성을 문서로 변환하는 기술로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을 시도하고 고질적 민원 패턴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빅데이터,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부가가치 창출 사이에 아직 간극이 있다. 국내 빅데이터 활용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국내 빅데이터 분석업계는 소셜분석에 치중한다. 빅데이터라고 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불특정다수의 SNS 내용만 떠올리는 탓이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자동화 공정이 진척되면서 제조·금융 영역의 디지털 데이터가 SNS 못지않게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기업은 자사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고객과 시장 정보의 분석에 관심이 높다.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행태도 빅데이터의 활용을 막는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은 경영진의 직관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다. 양질의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도 경영진이 반대하면 휴지통으로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빅데이터로 보고서나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제품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대비되는 스몰데이터 개념이 뜨고 있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최근 포럼에서 “빅데이터의 ‘빅(BIG)’라는 이름 때문에 ‘데이터가 커야 가치가 있다’고 오해한다. 빅데이터는 기존 데이터를 새 관점에서 새 기술을 접목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