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 라라 호프만스 지음ㅣ이건 옮김ㅣ부키ㅣ256쪽ㅣ1만4800원

주식시장의 17가지 미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우리가 자주 들어온 투자 '상식' 가운데 하나다. 주식시장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이러한 격언을 충실히 따른다. 어쩌면 한 푼이라도 덜 잃기 위해 애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위에는 실패한 개미들이 넘쳐난다. 나누어 담은 계란은 바구니마다 깨진다. 눈물을 삼켜가며 손절매한 주식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기 일쑤다.

개미들의 운이 나쁜 것일까, 아니면 격언이 틀린 것일까. 켄 피셔는 책 제목처럼 당신의 투자를 망치는 주식시장의 17가지 미신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상식이 아닌 미신 때문에 투자자가 실수하고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저자는 과거의 사례와 통계를 들어 미신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켄 피셔는 45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사의 설립자이자 회장 겸 CEO로 활동 중이다. 포브스지에 투자칼럼 '포트폴리오 전략'을 20여 년 간 연재 중인 그는 "주식시장의 미신에서 벗어나라"고 주장한다.

가령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는 안전하다'는 말에 반박할 수 있는 투자자가 몇이나 있을까. 그러나 저자는 "배당하는 회사가 언제든 배당을 줄일 수 있고, 또 배당을 없앨 수도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 지급한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수익률도 맹신해선 안된다고 덧붙인다. 배당금을 지급한 뒤 회사의 주가가 내려가면 배당 수익률이 상승한다. 이 때문에 배당수익률로만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면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테러나 재난 같은 일이 일어나 사회가 혼란해져도 주가는 오른다"고 말한다. 196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글로벌 증시는 평균적으로 41% 상승했다. 2009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29% 올랐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주가는 결국 오른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강조하는 것들이 '너무' 당연한 얘기라는 점들이다. 일례로 저자는 주식 투자를 20년 이상 장기투자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지만 개인투자자가 이 조언을 따르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목돈을 20년 이상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이미 개미가 아닐 때가 많은 것이다. 만약 단기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라면 장기투자하라는 내용에서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자.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어떤 상식과 격언도 '의심'하라는 저자의 주장을 말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은 단 한 번으로 그치면 안된다. '상식'을 그냥 받아들이기 전에 데이터를 한번 더 보고 의문을 품으면 많은 실수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밝혀내는 것은 결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