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 초읽기 절차에 돌입했다.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만 61세까지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노조의 사상 최대 혜택 요구에, 사측은 "국내 생산 차질 물량을 해외 공장을 더 돌려 보충하겠다"는 내부 입장을 정했다. 매년 거듭된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도 전전긍긍하던 현대차가 올해는 끝까지 원칙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 대의원 400여명은 지난 9일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13일에는 4만6000여 전체 조합원이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다. 노사의 입장 차가 상당해 사측조차 파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노조의 강경한 분위기는 올 초부터 예견됐다. 현대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둬 성과 공유를 외칠 명분이 생긴 데다, 최근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 새로운 노동계 현안이 다수 불거진 탓이다. 예년과 다른 것은 회사의 움직임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휴가 복귀 후 첫 교섭을 연 6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노조 문용문(왼쪽) 지부장이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노조는 오는 13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사측은 파업으로 국내에서 못 만든 차는 해외 공장 가동률을 높여 상당량 벌충하겠다는 전략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는 대부분의 차를 국내에서 만들었지만, 올 들어선 10대 중 6대를 해외에서 만들고 있다. 국내 생산 의존도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어, 생산 물량을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하던 관행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녀 대학 못 가도 1000만원 달라는 노조

지난 2009~2011년,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무분규 실리 노선을 걷던 현대차 노조는 강경 투쟁 노선으로 완전히 회귀했다. 올해 임단협에 들어간 항목 중에는 새로운 복지 혜택이 여럿 포함됐다〈표 참조〉. 요구 내용은 74개지만, 세부 항목까지 합치면 총 180가지가 넘는다. 노사가 마주 앉아 임단협 요구 사항 전체를 한 번 읽어보는 데만 18일(18차 교섭)이 걸렸다. 노조는 대학에 진학한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듯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자녀에게도 '기술취득지원금'명목으로 자녀 1인당 1000만원씩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회사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나눠달라는 주장도 10년째 빼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개별 순이익은 5조2734억원, 이 중 30%를 노조원 수로 단순히 나누면 1인당 약 3400만원이 된다. 지난해 임금협상 타결 후 회사가 준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500%+950만원으로, 평균 2300만원에 달했다. 회사 측은 "성과급을 제외한 임금 인상 폭과 퇴직금 누진제, 정년 연장 등 새로운 복지 요구안의 총액만 따져도 7000만원 상당"이라고 주장했다.

급격히 낮아지는 국내 의존도가 노사 관계 변수로

회사 측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해외 공장 가동률을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실제 올 초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놓고 빚어진 노사 갈등 때문에 3월부터 석 달간 주말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현대차는 해외 생산량을 늘렸다. 국내에서 빚어진 생산 차질 물량이 약 7만9000대인데, 해외에서 당초 사업 계획보다 7만5000대가량을 더 만들어낸 것이다. 울산 5공장에서 만들어 호주·남아공 등지로 수출하던 투싼ix와 i30는 체코 공장으로 물량을 돌렸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만드는 제네시스 등 고급 차종까지 해외에서 즉각 생산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해외 주요 공장 가동률을 120%까지 높여 대부분의 인기 차종을 찍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7월까지 현대차의 총생산량은 274만9000여대, 이 중 61%인 168만대를 해외에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