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이화여대 앞 웨딩거리. 현재 남아있는 웨딩드레스 숍은 약 30여개로 지난 10년 동안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평일 때문인지 이곳을 찾은 손님은 거의 없었다. 현재 영업중인 업소 중에서도 일부는 아예 간판만 남아있고 점포를 내놓은 곳도 많았다. 웨딩드레스를 전문으로 하다 최근에는 연주복 위주로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가게도 늘고 있다.

A웨딩드레스 업체 관계자는 "휴가철이라 한산해 보이는 것도 있지만 요즘에는 신부들이 청담 쪽을 찾는 경우가 많아 숍을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며 "이곳에 남아있는 드레스 업체들은 자부심과 장인정신으로 끝까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웨딩드레스를 사거나 빌리려는 예비 신부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으로 몰리면서, 40년간 국내 대표적인 '웨딩드레스 거리'를 형성해 온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전문점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20여년 동안 호황을 누렸던 '이대앞 웨딩거리'는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이후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이 거리는 1960년대 3개의 웨딩드레스 가게가 들어선 후 1980년대 말에는 웨딩드레스 숍만 100여개 넘을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최근 웨딩플래너 등 컨설팅 업체를 중간에 두고 결혼을 진행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직접 드레스를 보고 고르는 손님들이 줄어들었다. 업체에 소속돼 있는 웨딩플래너들은 '스·드·메'로 불리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을 패키지로 한데 묶어 고가에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청담동의 드레스 샵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패키지 가격은 큰 차이가 나지만 약 300만원대가 기본이다. 이 중 청담동의 드레스 샵에서 드레스를 대여하는 비용은 약 100만원~200만원 수준이다. 비싼 수입 드레스는 3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 수입 드레스 베라왕의 경우 드레스 구입 비용만 1000만원이 넘지만, 올해 100개에 달하는 드레스가 팔렸다.

아현동 웨딩거리를 알리는 표지판

반면 이대 앞 드레스 대여비는 약 50만~60만원 수준으로 200만원대인 판매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드레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급원단을 직접 수입해서 수작업을 통해 만들기 때문에 명품 드레스에 못지 않는 품질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 신부들 사이에 청담동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대 앞 전문점을 찾는 손님들이 줄고 있는 것이다.

드레스를 고르기 전에 입어보고 내야 하는 '피팅비'에 대한 부담도 배경이다. 드레스 두벌 정도를 입어 볼 때마다 피팅비 명목으로 3만~5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에 예비신부들 입장에서는 품목도 한정돼 있는데다 정보가 많지 않은 아현동 웨딩드레스 샵에 들어가 드레스를 입어보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3~4군데만 방문해 드레스를 입어봐도 15만원은 족히 든다는 계산이다. 피팅비 부담은 드레스 종류가 다양하고 업체 수도 많은 청담동으로 예비신부가 이동하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이대 앞 웨딩드레스 업체들 과거와 같은 손님을 되찾으려면 예비신부들이 청담동으로 몰리는 요인을 자세하게 분석해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